소월님의 여자의 냄새
김윤경
2003.12.03
조회 73
여자(女子)의 냄새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 어즐이는 배……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영(靈)
어우러져 비끼는 살의 아우성……

다시는 장사(葬事) 지나간 숲속의 냄새.
유령(幽靈) 실은 널뛰는 뱃간의 냄새.
생고기의 바다의 냄새.
늦은 봄의 하늘을 떠도는 냄새.

모래 둔덕 바람은 그물 안개를 불고
먼 거리의 불빛은 달 저녁을 울어라.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 추거운 : [형] 축축한.
▷ 어즐이는 : 어즐이는
▷ 그무러진 : [동] 그무레지다. 약간 침침해지며 흐릿하다.
▷ 어우러져 : [동] 어우르다. 한 덩어리가 되는.
▷ 장사(葬事) : [명] 죽은 사람을 묻거나 화장하는 일.
▷ 그물 안개 : 그물 모양의 안개

1연에서는 하늘이, 2연에서는 바다가 등장한다. 하늘은 빛(해와 달)의 공간이고, 바다는 생명과 풍요의 근원이다. 하늘은 남성성을, 바다는 여성성을 상징한다. 1연의 남성성이 2연의 여성성을 만나면, 거기에서 성적 욕망이 발생한다. 2연의 '그무러진 영(靈)'(7행)과 '살의 아우성'(8행)은 바로 그런 성적 욕망의 표현이자, 성행위 자체의 표현이며, 말줄임표는 성행위의 지속을 의미한다. 영(靈)이 그무러지고(흐릿해지고), 살은 아우성치는 성행위는 삶의 희열과 죽음의 고통을 동시에 가져온다.

성행위가 끝났을 때, 숲속에서는 장사가 치루어진다.(3연) 이 숲은 실제의 숲이면서 여성의 음모(陰毛)를 상징한다. 하늘(1연)과 바다(2연)의 만남을 통해 탄생한 생명이 커가는 숲, 그것은 다름 아닌 땅의 대유적 표현이다. 숲이 가진 생명력과 장사(葬死)가 결합하여, 쾌와 불쾌가 뒤섞이고, 죽음과 재생이 이루어진다. 3연의 세번째 네번재 행에서 다시 바다와 하늘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재생 의미를 띤다.

이처럼 이 시는 성행위의 반복성에 삶과 죽음의 반복성을 절묘하게 얽어 놓고 있다. 뿐만 니라 여자의 냄새 즉 암내를 그리워하는 동물성에 가까운 남자의 본능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어, 소월시로서는 아주 특이한 면을 보여준다. (해설 : 장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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