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햇살은 반짝 나지만 기온은 뚝 떨어진 날씨입니다.
저의 이모께선 1남6녀를 두셨습니다.
친정 고모님 중매로 동네에 자칭 돈많고 잘 생기셨다는 이모부와 이모는 결혼을 하셨습니다.
참고로 이모부 형제는 2남2녀였는데, 형이 일찍 세상을 떠서 1남2녀인 가정에 본의아니게 장남이 되어 옛날로 말하면 아들이 귀한 집안이었습니다.
이모께서 딸을 내리 셋 낳고 네째를 가졌을 때 일입니다.
네째 애가 생기자 마음이 불안한 이모께서는 친정 고모님께
"이번에 또 딸이면 일순이 아버지 다른데 재가해서 아들을 보게 하여 주세요."
그런데 네째 역시 딸인 것이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시댁 어른과 이모부께서 노심초사 아들하나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딸을 시집보낸 외할아버지 심정도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좌불안석이 되어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유명하다는 작명가에게 가서 거금 오천원을 주고 네째 이름을 우순이라고 지어왔습니다.
또 우 자에 순할 순.
다섯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집안 식구 모두 정안수를 떠놓고 천지신명, 예수님, 조상님 등등 모든 분들에게 온갖 치성을 들였습니다.
해산달이 되자 모두들 숨도 크게 쉬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정성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요.
이모께서 그토록 바라던 뼈대있는 가문, 순수한 혈통에 00정씨 00파의 대를 이을 아들을 보셨습니다.
그런데 기뻐할 줄 알았던 가족들이 모두 쉿쉿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귀한 손이라 입단속을 하신 이모부의 엄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 시골에서 약국을 운영하시는 외할아버지께서 사람을 보내어 안부를 전해왔는데, 이모께서는 너무 창피하다며
"친정아버지께 또 딸을 낳았다고 말씀드리라.'
며 사람을 돌려 보내었습니다.
100일 째 되는 날
친정아버지께서 아기 옷을 사서 보냈는데 여자 옷을 보내어 이모부와 시댁에서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다시 외가에서는 울음바다가 되었지요.
그것이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하면 아들 낳고도 딸을 낳았다고 했을까 생각을 하니 외가에서도 면목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들을 본 김에 다시 아들 생각이 난 이모부와 시댁에서는 하나만 하는 눈치를 주시더라는 겁니다.
이모는 항상 죄인 신세를 면치못한 터라 다시 애를 가졌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글쎄 딸을 또 낳았지 뭡니까.
이름이 말순입니다.
끝말 자에 순할 순.
그 놈의 아들이 뭔지요.
애들이 커서 학교에 다니게 되자 위로 넷은 이름이 그래도 불러줄만 한데 다섯째 딸인 말순이 이름이 항상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말순이가 뭐야, 말처럼 생겼다. 말갈족이다. 뛰어라 말 등등.....
그런데 이 말순이 언니가 놀려대는 서러움에 오기가 생겨서 공부잘하고, 글도 잘 쓰고 운동도 잘하는 만능 엔터네이먼트로 요새말로 모든 방면에 짱 잘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시험을 보러갔는데 면접관이 얼굴 쳐다보고, 사진과 이름을 보며 정말순, 정말순하며 자주 입에 오르내리더랍니다.
결과요 수석입학을 했어요.
4년 내내 장학생, 전교생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는데 정말로 말순이 언니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취직시험 역시 비슷한 일이 생겨 사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실력이 뛰어났고 한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이름 덕분에 유명세를 치루었지요.
언니 이름 석 자 앞에는 항상 "초"자가 붙어 다닐만큼 인정받는 캐리어우먼이 되었습니다.
회사 사장님이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하였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린 마음에 이름에 컴플렉스가 많았다고 하는데 크면서 본인이 정작 중요한게 뭔지를 알았을 때에는 놀리거나 말거나, 자기 일 열심히 하며 겈플렉스를 오히려 자기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주력해서 성공한 삶을 사는 언니의 용기가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7형제 중에 말순이 언니가 제일 부자로 행복하게 산답니다.
제 이름은 특이하지도 그저 평범한 이름이어서 자극을 받지 못해서 평범하게 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놀리는 이름 덕에 컴플렉스를 이겨
김아영
200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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