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은미
2004.01.14
조회 48
두바퀴 숙제-섬돌딛고 돌아가고픈 옛집

지난 주말 예전에 살던 한옥집을 찾았습니다.
소슬대문의 문지방을 넘어서면 그늘이 시원한 문간이 나오고
문간 너머 마당엔 겨울이면 하얗게 눈을 맞고 서있던 감나무가
보이고 그아래 깊고 조그만 우물, 또 수돗가가 보입니다.
마당의 흙들은 얼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나를 마당끝의
장독대로 안내 하는군요.
그 장독대를 돌아 뒤로 가면 땅속에 파묻어 놓은 김장 김칫독들이 지하에 복병처럼 숨어 따뜻한 겨울햇살을 받고 있을거에요.
나는 마당위에서 이제 섬돌위로 올라 섭니다.
아, 마루밑. 어렸을땐 그 마루밑이 왜그리도 무섭던지요.
밤이면 그 밑에서 도깨비들이 나온다고 믿을 만큼이요.
하지만 한옥의 별미는 뭐니뭐니해도 그 마루가 아닐까 생각해요.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그 마루에 풍경처럼 걸터 앉아
먼산으로부터 내려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들을 얼마나
많이 바라보았던지요.
또 한옥은 방안에서도 방문만 열면 바로 하늘과 땅을 볼 수있어
참 좋았습니다.
겨울엔 따뜻한 아랫목 이불속으로 들어가 창호지 창문위로
비치는 교교한 달 그림자와 문풍지를 울리는 서늘한 바람소리에
마음을 뺏앗기기도 했습니다.
한옥은 그렇게 구석구석까지 자연과 인간의 숨소리와 감정이
묻어있고 배어 있는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 한옥에 살면서 참 많은 소리들을 듣고 자란것
같습니다.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마당을 가로 지르는 바람소리,
사르르 햇살을 방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창호지문,
섬돌밑의 귀뚜라미 노랫소리, 서까래를 갉아먹는 새앙쥐 소리,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
그 모든 소리들을 들으며 나는 내 마음의 불협화음들을 깊고
아름답게 정화시켜 왔던것 같습니다.
앞마당의 한그루 감나무처럼, 한옥의 그 고풍스런 자태처럼...
마당 깊은 집 그 집들 사이로 나있는 골목길에선 아직도
아이들이 놀고 있었습니다.
어릴적 우리들이 놀던 때처럼 여전히 즐거운 웃음소리를 날리며
씩씩하게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한옥의 또다른 좋은 점은 저렇게 바깥과 맞닿은
골목이 있다는 점일거예요.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이웃 사람들의 모습들.
그 정답고 따스한 우리 이웃의 모습을 닮은 골목이 곳곳에
살아 있다는 바로 그것이 말이죠.
돌아오는 길 나는 바둑이와 함께 골목 어귀에 서서 그리운
옛집과 그 골목길들을 한참동안 바라 보았습니다.
내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아 오래오래 말이예요.
옛추억을 떠울리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유년시절의 회상'
듣고 싶어집니다.
유가속 가족여러분 모두 행복한 설날 보내세요~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