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살던 우리집 뒤란에 넓고 큼직한 장독대가 있었지
엄마랑 아버지께서 반듯하게 올려쌓은 장독에 내 키만한 항아리들이 줄줄 서있었거든 항아리 가득 가득 장들이 햇빛을 받으려고 얼마나 뽐을냈는지 엄마랑 딸들이 쥐방구리처럼 아침 저녁으로 들락거리며 뚜껑을 열고 닫고 했었는데 새 고추장을 검지 손가락으로 콕 찍어 먹으면 왜그리도 맛이났을까 몰라 금방담은 고추장은 메주 냄새가 많이 났는데도 괜실히 한번 맛보고 싶어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갖은 참견을 다했던것 같다.
그래서인지 엄만 꼭 김치며 고추장이며 담기만 하시면 내 이름을 불러 맛을보라하셨지
꼬맹이가 뭘 안다고 그렇게 품평을 했는지
우리 넷째언니는 별명이 고추장 벌레다
국민학교라고 부르던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꼭 밥그릇을 들고 장독대로 가 고추장에 밥 비벼먹는 것을 즐겨하다가 할아버지한테 걸리면 이놈의 자식이 고추장 벌레처럼 장독에 매달려 산다고 지청구를 어찌나 하셨는지 그래도 고추장이 좋았던지 다음날이면 또 그렇게 고추장에 밥 비벼먹는 언니가 혹시 속이 타진않았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아직까지는 쓸만하다고 자랑이다
지금은 떠나고 맘 속에만 자리하고 있지만 그때 하늘천따지를 가르쳐 주시던 우리 할아버지와 고추장이 이 봄 왜 이렇게 그리워지는걸까
언니들이랑 동생들 부모님과 할아버지가계셨던 시골집이 정말정말 그립고나.
마흔 늙어가는 얼굴에도 새 봄은 자꾸 자꾸 가슴을 설레이게하고
분홍신도 신어보고싶게해
일요일엔 냉이캐러가야겠다.
우동한그릇에초대해주세요. 꼭보고싶거든요 얌채라서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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