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 밖으로 내다보이는 뒷산은 벚꽃 피울 준비로 한창 바쁜 모습입니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게절 아래서 멋있는 데이트를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한번 폼나게 즐기고 싶은데, 앗 그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황당한 사건이 생겨 얼굴이 화끈거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딸만 줄줄이 사탕이었던 우리 자매들은 옷을 물려입는 일은 기본 중에 기본이었고, 누가 옷을 사기라도 하면 없는 틈을 타서 서로 입고 다니며 제자리에 놓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닐 때였습니다.
회사에서 남자 직원과 사귀게 되었는데 퇴근 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 친구는 요즘 흔한 말로 몸짱에 얼짱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만날 때마다 제가 외모에 꽤나 신경이 쓰이더군요.
제 바로 위 언니는 저보다 아주 조금 날씬한 체형이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나 직장 다닐 때나 언니가 제게는 봉이었습니다.
어느 날.
매일 열어보는 옷장에 꽤나 값이 나가게 보이는 안 보던 투피스가 걸려 있었습니다.
“어, 괜찮은데, 언니가 내 마음을 미리 읽을 것 같애.”
그 날은 남자 친구 생일이라 조금 분위기 있는 곳에 가기로 되어 있어 화장도 예쁘게 하고 언니가 오기 전에 슬쩍 훔쳐 입고 36계 줄행랑을 쳤습니다.
시간마다 다니는 버스가 안 오자 마음이 급해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그날따라 흔하던 택시도 안 잡혔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치 못 볼 것을 보는 사람들처럼 쳐다보는데 못 본 척 뛰어 다녔습니다.
“안 되겠다, 건너편으로 가서 택시를 잡아야지.”
다리 계단을 올라 막 뛰는데 허리에 힘이 들어갔는지 허리 단추가 떨어지는 것 같더니 치마가 스르르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나, 이를 어째, 무슨 주책이지."
속에는 약간 야한 속치마를 입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은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재주부리는 것을 보는 것처럼 호기심 반 재미 반 쳐다보는데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데 쥐들을 모두 잡아 없애서 쥐구멍을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얼른 치마를 추스러 입고 자존심을 세워 뒤돌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그만 계단에서 굴렀습니다.
자존심은 세웠지만 반쯤 이성을 잃은 20대 중반인 여성이 걸음이 제대로 내딛지를 못했습니다.
뼈가 너무 아파서 꼼짝도 못한 체 치마가 내려졌는지, 구두가 벗겨졌는지 안절부절, 좌불안석 어찌 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저의 민망한 모습도 아랑곳하지 않고 킥킥 웃어대고, 수군수군 거림에 길 한쪽 모퉁이는 순간 인산인해(?)를 이루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뒤따라 내려오던 예비군 아저씨 두 명이 근처 가게로 데려다 줘 사태를 수습하고 주인아주머니 바지를 빌려 입고 정형외과로 가서 치료받고 깁스를 하였습니다.
연락을 받고 병원에 온 가족들은
“꼬리가 길면 잡혀서 벌 받는다는 걸 몰랐니.”
“깨소금 맛이다, 고소하다. 네 돈 주고 맞는 옷 좀 사 입어, 돈 벌어서 뭐하니. 깍쟁이......”
문제의 그 옷은 언니가 한번 입고 지퍼가 고장나서 일요일에 수선 맡기려고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한마디로 자업자득이었습니다.
다음 날,
남자 친구가 꽃을 사들고 병문안을 와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데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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