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쿠...
김꼬마.
2004.04.02
조회 88
'91년 이었던가요..
그때만 해도 지금 같지 않게 오리털파카라는 것이 값이 좀 나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빠를 조르고,협박하고,설득하여 얻어입은 오리털 파카..
더군다나 양면으로 바꿔 입을 수 있는, 맘에 아주 쏘옥 드는 옷이였습니다.
한쪽은 다홍색, 반대쪽은 눈이 부신 아이보리색...
중요한 날(?)엔 아이보리색으로 입고,,평소엔 다홍색으로 입으리라는 굳센 다짐을 하고 조심스레 입고 다니던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지던 주일 아침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살갑게 구는 언니가 좀 수상스럽다 여겨졌긴 했는데 급기야 애걸조로 목소리가 바뀌면서 사정을 합니다.
데이트하러 간다고 그 파카 한번만 빌려달라고..
물론 첨엔 거절을 했지만 어찌나 쫓아다니면서 온갖 아양(?)을 다 떠는지..
맘 약한 저..딱 하나만 약속하자 했습니다.
절대 아이보리색쪽으론 입지 않기로..
내가 정말 아끼는 아이보리색이다..더럼을 너무 쉽게 탄다..드라이 한지 일주일도 안됐다..
등등 장황한 잔소리를 옷에 얹혀 입혀 내보냈습니다.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다홍색 파카를 입고 나간 언니..
눈이 너무 이쁘게 온다고 카메라까지 챙겨들고 나가더니 밤에 들어올 때 까지도 기분이 무쟈게 좋은 표정이더군요..
벗뜨,.
그 웃음속에 저에 대한 또 다른 미안함이 숨어 있던 거였습니다.
그로부터 한 3일 뒤.. 언니 책상 위에 있던 사진들이 눈에 화~악 들어왔습니다..
눈 오던 일요일 날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들이었죠.
본 거는 있어 가지구..러브스토리 흉내를 낸 건지, 눈 위에 눕고 두 팔을 벌리고, 정말 영화를 찍고 있더군요. 그런데, 다 좋은데, 아무리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다홍색 파카는 찾을 수가 없었고 흩날리는 눈발속에 저의 아이보리색 파카가 너무도 이쁘게 찍혀있던 겁니다.
배.신.감..
사진이 거짓말 하던가요.것두 칼라사진이..
그 날 저녁 울 언니 저 달래느라 또 온 집안이 시끌 벅쩍..

언니가 한참 뒤에 얘기하는데..언닌 정말 아이보리색으로 바꿔 입지 않으려 했다더군요.
그 남자친구가 아이보리쪽이 더 이쁘고 잘 어울린다고 자꾸만 바꿔입으라 했다구요.
.
.
10여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눈이 펑펑 오는 날이면 언니와,형부와 빼먹지 않고 하는 얘기랍니다.
언니말을 그대로 믿자면, 그 때 파카를 바꿔 입으라고 종용(?)했던 그 남자친구가 바로 저희집의 든든한 큰형부가 되셨으니까요..

다시뵙게 되어 무~쟈~게 반가운 금요일 환상의 3인조..
강수씨 공연은 잘 마치셨는지..
들어오실 때 저 혼자라도 환영의 박수치고 있겠습니다.

*청곡*
(큰언니가 기타치며 자주 부르던 노래중에...)
1.알고싶어요
2.난 너에게
3.목로주점
4.모두가 사랑이예요
5.내 인생은 나의 것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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