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생각
맨발이*
2004.04.07
조회 48
겨우내 세수하는 날이라곤
서너 번이 고작이던 동무들은,
버들개지 피어난 봄 도랑을 따라
폴짝폴짝 잘도 뛰어다니며
햇살 내린 물살에 묵은 땟물을 벗었다.
말타기, 오징어땅, 나무 소총 들고 군대놀이...
산에서 들로, 숲에서 강으로 아무런 경계없는
자연의 놀이터를 쏘다니다 보면
문득, 아찔아찔 허기가 느껴지곤 했다.
오로지 본능에 몸을 내맡긴 동무들은
이제 겨우 구슬만큼 몸이 자란 애기감자를
쑥쑥 뽐아내, 살랑살랑 도랑물에 씻어
밭뙈기로 아작아작 거덜 내고 말았는데...

그 장면을 지켜본 봄바람이 행인에게 고자질하고
행인은 다시 밭일 나오던 주인에게 일러바쳤다.
그날 밤, 한 마실에 사는 내 동무들 집집마다
"나는 참말 하나도 안 묵었다!"
"아무개가 혼자 다 뽑았고 난 얻어만 묵었다!"
변명 소리 요란할수록 엉덩이 피멍도 커져만 갔다.
그래도, 어느 결에 날이 밝으면
뒤뚱뒤뚱 하나 둘씩 골목길에 모여 들어
가위 바위 보, 말타기에 열을 올리던 나의 동무야!
사월 봄볕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날에
기억 저편의 풍경 속으로 그리운 너희 안부를 묻는다.

-샘터/ 김동하 님-


*ㅎㅎ
흙먼지 풀풀~ 날리던 골목길에서의 유년시절을 잘 표현했네요.
뒤뚱뒤뚱 모여들었던 동무들의 얼굴
떠오르는 얼굴보다 잊혀진 얼굴이 더 많지만,
슬며시 눈감고 기억 저편 풍경 그리노라면
하나같이 웃는 얼굴로 팔 벌리고 달려와 안아줄 것만 같은
행복한 그림이네요.

오늘은 오래오래 이 행복한 기억을 상기시키며
순진한 일상을 보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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