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숙제(목욕탕 이야기)
이명식
2004.04.29
조회 69
어릴적 목욕은
여름철에야 가까운 저수지에서
발가장이로 미역으로 목욕을 대신 했고
이후
지루한 가을 겨울이 되면
가끔씩 선생님의 용의검사에
너나할것 없이 무릎과 팔꿈치엔
더덕더덕 누룽지가 붙어 있는게
그것도
설 명절이 되기 몇일전에야
가마솥에 물을 데워
노오란 알전구 불빛아래
부엌에다 큰 고무통을 놓고 년중행사를 치뤘지요
뽀얗게 피어나는 수증기속에서
빡빡 밀어주시는 엄마의 때밀이 솜씨에
아프다고 소리나 낼라치면 엄마의 매운 손은
사정없이 등짝에 벌겋게 프린팅이 되고
그때마다 눈물이 찔끔나곤 했습니다.

도시화가 되면서
고등학교2학년때 제가 사는 고향집 근처에도
사시사철 뜨거운 물이 콸콸나오는 최신식 목욕탕이
드디어 생기고서 한가지 흠이라면
아니
피할수 없는 한가지 불편한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어는 손님들이 거의다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
친구의 아버지 삼촌들 형아들....
어렸을적 부터 그런 법규는 없었건만
어른들의 몸을 보면 불경스러운것으로
무슨 큰 죄를 짓는것으로 알고있었기에
몸을 씻어서 상쾌했지만 마음만큼은 개운칠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열심히 목욕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무섭던 중학교때 담임선생님이
원초적인 모습으로 씩씩하게 들어오시다가
저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것입니다
순간 숨이 멎어 버리고
내 뛰는 가슴소리에 놀랄 정도로 방망이질쳐
인사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내게 다가와 귀속말로
"우리 제자도 이제 어른이 다 되었구나
나보다 더 몸이(?) 더 좋네"하시는 말씀에
울그락 불그락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비누거품도 다 닦질 못하고 허둥지둥 나왔다
선생님께 인사도 못드리고서.....

이제사 생각해 보면
아무일도 아닌것을 그당시는 왜그렇게 당황하고수줍어했는지..

매운손 어머니는 내 등밀어주실건 꿈에도 생각치 않으시고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셨고
담임선생님은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어디계신지
연락조차 할수도 없지만
휴일이면 컴퓨터게임에 빠진 내 아이들 억지로 부추겨
목욕탕에서
삼부자의 필수 주간 행사는 어김없이 이루어집니다
고맙습니다.

김세환/옛친구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