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웃고싶어서인지 지난일이 문득 생각이나네요.
어느해인가
설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아버지는 동창회에 가신다고 서두르시다가 거울을 들여다보시며 다섯째인 저를 불러 머리좀 다듬어 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저는 눈썰미가 있다는 자부심으로 승낙을 했죠
마침 막내가 바리깡을 가져왔다길래 잘 됐다고 하며 아버지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머리에 물을 뿌려가며 미장원에서 언니들이 하는 시늉을 내며 뒷머리부터 자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만저보는 바리깡이 좀 어색하기는 했지만 왜그렇게 재미가 있던지
저도 모르게 자꾸 자꾸 방향을 잃고 자르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이쪽 저쪽 맞추다가보니 머리가 영 이상해 지는걸 어쩌면 좋아
거울속에 비췬 아버지모습이 드라마속의 몽실이 머리 바가지 뒤집어쓰고 있는 몽실이였어요.
언니들은 웃겨서 못참겠다며 키득키득 웃고있는데 눈을 뜨고 거울속을 들여다본 우리 아버지 바로 비참한 표정으로 이게 뭐냐고 울지도 못하시고 성화에요. 어떻게하면 좋냐고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그속에 딸린 귀여운 손자 손녀들이 한바탕 웃고 났는데 어버지는 머리를 감고 오시더니 동창회는 꼭 참석하신다며 나가셨어요. 몽실이 모습으로요.
저녁에 다녀오신 아버지는 활짝웃으시며 다섯째 딸 때문에 동창들이 너무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다고 하시며 다시는 너한테 머리 안맡긴다고 하시는거 있죠. 저는 미용실에 가서 잘 배워 다음엔 정말 잘 잘라줄께 했어요.
그 후유증으로 몇날 며칠을 드문불출 하시다가 이발소에가셔서 다듬고 난 후 출입을 하셨대요. 지금도 머리가 조금 긴듯한 아버지를 보면 잘라드리고 싶은 천방지축 딸을 어쩌면 좋아요.
재미있는 티켓주실려면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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