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날/아내에게
이진수
2004.05.19
조회 56
고마운 아내에게

시골초등학교 동창생으로 6년을 같은 반
남녀공학 중학교를 3년 동안 늘 바라보는 것도 모자랐는지
도무지 끊길 줄 모르는 질긴 인연의 실타래는
모두들 결혼한 친구들 앞에서
영원히 우아한 독신으로 남아있겠다고
속쓰린 호기를 부렸건만
어느날부턴가 찾아온 색다른 감정으로
속태우던 소심한 나에게
코드가 통했는지 망설임 없이
하얗고 가냘픈 손을 먼저 내밀어 주었던 사람

덕분에
적지 않은 나이 서른넷
이른 봄날에
주변의 많은 부러움을 온몸에 넘치게 받으며
인연의 최종 결정판
드디어 결혼 골인

평생 노총각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나에게
아내는 수호천사가 되어 영원한 행복의
별천지로 나를 구제해 준 것이다

부잣집 막내딸
도무지 낮아질줄 모르던 높은 콧대
최고 명품으로 휘감았던 허영 끼 뚝뚝 떨어지던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180도 다른 사람이 되었답니다
마치 TV에서 보아왔던 외화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아니 여기서는 두 얼굴의 여자로.....
지금도 친정에서 조차 아내의 변화는
끊임없이 화젯거리가 되고 있으니까요

종가집 맏며느리로
집안의 대소사 철저히 챙기는 건 기본
나를 닮은 큰아이와
아내를 쏙 빼닮은 작은아이에게
남들은 서너개씩 보낸다는 학원과외는
말 그대로 남의 일
엄한 선생님으로
따뜻한 사랑을 쏟아주는 자상한 엄마로서의 완벽한 역할

가끔은 흐트러지려는 나에겐
군대생활때 무서운 선임하사님이 되어
호된 질책도 주저하지 않고
듣기 싫은 바가지 긁기로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아내랍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라고
나 스스로 아내에게 놀랄 적이 많지요

그런데 한가지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아내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자신에겐 너무 인색한 것입니다.
가족에게는 150% 200% 온갖 것을 다 주면서도
자신은 전혀 그렇질 못하답니다.
옷이며 화장품 먹거리 그 모든게.....
때론 화가 날 적이 있지요
돈 많이 못벌어다 주는 자책이랄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텐데 하면서
싫은 내색을 해보지만
아내는 웃으며
이게 더 본인은 행복하고 조그만 여유 모두를 가족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먼 훗날 찾아올
다음 세상에서도
조금도 망설임 없이 아내를 다시 만나렵니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구요
그때는 고생 시키지 않는 힘넘치는 남편으로 서있고
싶은게 제 작은 소망이기도 하구요

벌써
결혼 14년차
46년 세월을 거의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젠 음식이며 눈길하나 까지도 닮아가는
어쩔수 없는 닮은꼴이 되어갑니다
고왔던 아내의 머리에도
어느새 히끗히끗 흰머리가 늘어갑니다

지난휴일엔
햇빛 쏱아지는 창가에서
무릎에 누워 서로 흰머리 뽑아주기로
나른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온 세상엔
짙은 아카시아꽃 향내음이 흩날리는 황홀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지요
언제나
고맙고
안쓰럽고
미안한
아내 손잡고
일상에서 벗어나
오붓한 시간을 가져 봐야겠어요
오랜만에 근심걱정 떨궈낸 아내의 해밝은 웃음이 보고 싶어서....

고맙습니다.

신청곡: 안재욱/FOREVER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