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구르마
김희자
2004.05.21
조회 50
85년도의 승마바지를 아시나요?
저는 한참 그 바지가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습니다.

머리는 거의 말갈기처럼 세워서 스프레이로 떡을 칠하듯 했던 85년도..

정말 그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밖에 나오질 않지만 그래도 그게 최고인줄 알구선 저는 엄마를 졸랐었습니다.

"뭣이여?
이것이 지금 돌았는가비네?
어디라고 입을 것이 없어서 엉덩이가 암반짝만하게 보이는 그 옷을 사달라고 허는겨?
그냥 청바지 입어 그게 젤여~~~"
라고 말하는 엄마한테 저는 인상을 박박 써가면서 승마바지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한마디로 택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친구들이 그 멋진 승마바지( 소방차의 정원관씨가 입었던 것 기억하시남유?)
를 입고 온 거리를 휘젓듯 하고 돌아다니면 저는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할수 없었습니다.
저는 일단 아버지를 섭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사실 청력이 좋질 못하셔서 보청기를 끼지 않으시면 잘 안들리셨기에
아버지한테
"아부지..저 체육복 한개만 사입고 싶어요 아부지 돈 좀 주이소"
하면서 졸랐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잉?
뭣이라고?
하시면서 제대로 못알아 들으신듯 다시 한번 귀에 손을 모으고 물어보시길래 저는 능청스럽게

"체육복인데요 낙낙해서 엉덩이가 아주 편해여 아부지~"
하면서 크게 목청을 높였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쌈지에서 튀어나온 승마바지의 값..
이야 저는 그 길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펑퍼짐한 승마바지를 샀고
말갈기처럼 머리를 세우는데 필요한 스프레이도 샀습니다.

그리고 기세등등하게
그 다음날 거울을 보고 머리를 세워서 학교 가는 도중 새벽밭일 갔다오시던 어머니한테 들켜서 그 자리에서 고드름이 되는 줄 알았건만 포기할 수가 없었기에
걸음아 날살려라 하면서 뛰었습니다.

얼마나 뛰었는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머리가 애써 세운 머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또 승마바지의 스타일이 구겨지지 않도록 무던히도 애를 썼답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 추억이지만
그대로 즐겁네요.
정원관씨가 유행시켰던 승마바지 당시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 않았던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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