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구르마>386토탈패션 소위 유명브랜드를 만나다
김수정
2004.05.24
조회 68
70년대에 저는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다녀 뭐 있는대로 걸쳐입고 다녔죠.
사복입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가정통신문을 처음엔 순진하게 믿고서
이모집갈때도 교복, 학원갈 때도 교복을 입다가
어느날 사복입고(그것도 면바지에 가로무늬 티셔츠) 버스에서 선생님을 만나서는 징계받을 줄 알고 쩔쩔 맺지요.
물론 중1때까지지만요.

고3이 되니 난데없이 두발자유화라네요.
교복은 입은채로 두발자유화라니 어쨌든 자유를 좀 누려보고 싶어
핀컬파마에다가 긴 생머리에다가 커트머리에다가
지금 생각하면 마치 전국노래자랑에 아줌마들이 교복입고
추억의 책가방시절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폼이었던 같아요.
교복엔 단발머리나 갈래머리가 이쁜데 어쨌든 절반의 자유나마
누려보려는 몸부림이죠.

6년동안 아니 그보다도 훨씬 오래동안 제복에 익숙한 우리들이
사회로 나와서 무어그리 패션감각이 있었겠습니까?
자유로와진 캠퍼스의 패션마저 거의 천편일률적이었죠.
상고머리파마 유행이면 너도 나도 상고파마로 뒷모습이 똑같고
죠다쉬-말머리(전문용어로 말대가리)그려진 청바지 유행이면
차비를 아껴 청바지를 사고
엉덩이 부분의 말머리마크를 보여주자니 하얀 타월지같은 원단에
가슴께 알록달록 우산이 그려진 아놀드파마 티셔츠가
캠퍼스의 유니폼이었습니다.
겨울엔 뒤집어서도 입을 수 있는 안팍이 다른 오리털 잠바는
워낙 부잣집 애들만 입고 다니더군요. 지금은 뚱뚱해보인다고
아무도 입지않지만 그 때는 파란 청바지 위에 걸쳐입은 새빨간
오리털파카가 왜 그리 따뜻해보이고 멋져보였는지요.

그다음엔 너도 나도 드레시한 정장차림으로 학교를 다녔어요.
캔디처럼 파마를 해서 양쪽에 예쁜 핀을 올려 꽂고
나풀나풀한 투피스에 하이힐을 신었죠. 어깨에 매는 긴 끈의 핸드백이랑요
강수연씨가 출연한 고래사냥의 패션을 떠올리면 되겠네요.

또 한가지 생각이 나네요.
나이키 운동화 말이죠.
운동화라고는 흰색 검정색 3500원짜리 기차표 학생용만 신어왔던 우리에게 만원이 넘는 나이키의 등장은 참 놀라왔죠.
천으로 된 건 13000원
하얀 가죽에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가죽은 이만원이 훨씬 넘는다니
그걸 신고 다니는 애들은 뭘입어도 부티가 나 보였습니다.
저희 학교 다니는 애들은 유독 가난한 애들이 많았습니다.
내 친구도 나도 참 가난했지요.
그러나 음악다방의 멋진 DJ를 좋아했던 내 친구는 푸른 바탕천에
노란 나이키 로고가 붙은 13000원 짜리운동화를 사기위해
한달을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녔습니다. 600원짜리 학교 식당밥을 못 먹고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면서요.
나 이뻐? 하며 보여주던 파란색 운동화는 지금도 약간은 우울한 추억입니다.
얼마전에 연락이 되었는데 외국인과 결혼해서 멋지게 잘 살고 있더군요.
그 애도 그 생각 날까요? 지금 이야기 하면 아마 한참을 웃어대겠지요.

목뒤 안쪽에만 있던 브랜드상표가 옷위로 밖으로 기어나오기 시작하고
저게 무슨 메이커인가 실눈을 뜨고 혹은 노골적으로 챙겨보기 시작한 때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것보다 더 중요해진 시대,
마음보다 물질이 더 중요해져버린 때가 아마 그 때부터 였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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