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겨울입니다.
나는 지금 70년대말의 12월, 혹은 1월
어느 추운 날에 똥색 골덴 돕바를 입고 괜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걷다가 귀를 덮치는 새로운 음악에 허둥대는 듯이 보이는군요.
역전 지하도에서 올라서서 양키시장 쪽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전파사 혹은 소리사에서 내다놓은 커다란 스피커에서
~쿵다탕 쿵당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일상적으로 듣던 노래의 앞부분은 뭉텅 잘려 나간 듯한 특이한 멜로디의 노래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 도시락 만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선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우리가 즐겨보던 "여학생"이라는 잡지에도 그들의 인터뷰나 특집 기사가
항상 나오곤 했지요.
77년도에 나는 중학생이었고(어~ 이러면 안되는데 컨셉이 24세인데)
무슨 일로 시내의 큰 골목길을 돌아나오다가 "소리사"의 커다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아니 벌써"라는 독특한 노래를 듣고 놀라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반부는 생략하고 후반부터 시작되는 듯한 독특한 반주와 음색,
그 때부터 산울림 노래를 내내 따라 다니며 젊은 시절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내 주위엔 나보다 산울림을 더 좋아하는 친구가 두 명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뒤돌아보고 싶은 크고 깊은 눈을 가진 나의 친구는 해질 녁 학교 벤취에 앉아서 갑자기
"어서 나를 두고 떠나려므나 뒤를 돌아보지 말고.." 이런 노래들을 너무도 진지하고 큰 소리로 불러 나를 당황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했었습니다. 그 친구는 얼마전 수도자 생활을 청산하고 늦은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밤새 산울림 노래만 가득 녹음한 테잎을 건네주던 친구 역시
노래 가사처럼 하릴없이 밤길을 쏘다니다
내가 노래 하나 할까? 하면서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이라든가
어두운 거리를 나홀로 걷다가~ 이런 노래들을 부르기도 했지요.
오늘 그들도 나처럼 문득 그 노래들 들으면 내 생각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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