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의 추억
김수정
2004.06.21
조회 61
때는 겨울입니다.
나는 지금 70년대말의 12월, 혹은 1월
어느 추운 날에 똥색 골덴 돕바를 입고 괜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걷다가 귀를 덮치는 새로운 음악에 허둥대는 듯이 보이는군요.
역전 지하도에서 올라서서 양키시장 쪽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전파사 혹은 소리사에서 내다놓은 커다란 스피커에서
~쿵다탕 쿵당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일상적으로 듣던 노래의 앞부분은 뭉텅 잘려 나간 듯한 특이한 멜로디의 노래 때문이었죠.
그리고 그 후로 오랫동안 도시락 만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선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우리가 즐겨보던 "여학생"이라는 잡지에도 그들의 인터뷰나 특집 기사가
항상 나오곤 했지요.

77년도에 나는 중학생이었고(어~ 이러면 안되는데 컨셉이 24세인데)
무슨 일로 시내의 큰 골목길을 돌아나오다가 "소리사"의 커다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아니 벌써"라는 독특한 노래를 듣고 놀라와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반부는 생략하고 후반부터 시작되는 듯한 독특한 반주와 음색,
그 때부터 산울림 노래를 내내 따라 다니며 젊은 시절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내 주위엔 나보다 산울림을 더 좋아하는 친구가 두 명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뒤돌아보고 싶은 크고 깊은 눈을 가진 나의 친구는 해질 녁 학교 벤취에 앉아서 갑자기
"어서 나를 두고 떠나려므나 뒤를 돌아보지 말고.." 이런 노래들을 너무도 진지하고 큰 소리로 불러 나를 당황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했었습니다. 그 친구는 얼마전 수도자 생활을 청산하고 늦은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밤새 산울림 노래만 가득 녹음한 테잎을 건네주던 친구 역시
노래 가사처럼 하릴없이 밤길을 쏘다니다
내가 노래 하나 할까? 하면서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이라든가
어두운 거리를 나홀로 걷다가~ 이런 노래들을 부르기도 했지요.

오늘 그들도 나처럼 문득 그 노래들 들으면 내 생각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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