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숨다
맨발이*
2004.07.29
조회 87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류시화 시인- *제가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의 詩 중 하나입니다. 그래요 안개 속을 숨는 것과 나무 뒤에 숨는 것은 너무나 다릅니다. 오늘 아침은 내 삶의 거주가 안개 바다 위에 동동 떠있는 작은 섬처럼 아주 외롭고, 또는 포근한 느낌을 갖게 하더군요. 곧 가을.. 너무 이른 마중일까-? 푹푹 찌는 한 낮의 더위에 지칠 때로 지친 나뭇잎새, 풀들에게서 간질간질 느껴지는 가을의 전주들.. 마침표보다 말 줄임표가 문장의 끝을 더 많이 맺을.. 가을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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