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버지
김윤경
2004.08.13
조회 63
들뜬 마음으로 금강산을 계획했는데 이제는 뭔지 모를 부담감으로 가득 찼다.

처음에 계획할 때 시부모님, 남편을 아들처럼 키워준 시누이, 딸아이를 길러준 외할머니...... 마음 그랬는데, 주머니 사정이 뻔한걸, 어찌 욕심대로 할 수 있겠는가?
부모님 조금이라도 건강하실 때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형편은 안되지만 욕심을 부렸다.
친정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갈 생각이였는데, 아버지는 형수님이, 어머니는 친정어머님이 걸려서 못가시겠다고 한다.
추가 접수를 했다.
경비말고도 여행을 준비하려니 하나 둘 부담이다.

금강산 여행이 끝나는 다 다음날이 큰아버지 탈상이다.
4년간 병상에 누워계신 당신도 힘드셨지만, 그 옆을 한시도 떠나지 못하셨던 큰어머니의 노고가 새삼스럽다. 큰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후 더 많이 늙어 버리신 당신을 보니 내 친어머니이시다.

큰아버지의 장례절차를 자식들이 아닌 내 아버지가 맡아 하셨다.
마지막 가시는 길의 좋은 옷도 내 아버지가 준비하시고, 누우실 자리도 내 아버지가 준비하시고, 마지막 산을 내려오신 분도 자식이 아닌 내 아버지이셨다.

내 아버지가 병이 나지 않으실까 두려웠다. 큰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잠깐, 아주 잠깐이였고, 한시도 아버지에게서 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버지도 긴 시간을 병원에서 지내신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으신 분이시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슬픔은 이보다 더 할 것이고, 부모야 늙으셔서 자식보다 먼저 하늘나라를 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로 생각하고 슬픔은 덜 할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4남매인것처럼, 아버지도 4남매시다. 이제 막내고모님과 내아버지, 두분만 남으셨다.
까닭 모르게 가슴이 미어져 온다.
사랑하는 내 동생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서 부모님 보다, 나보다는 오래오래 건강해서 나의 임종을 지켜 주었으면 그런 기도를 올려 본다.

장래를 치르는 동안 슬픈 내색 전혀 보이시지 않던 아버지가 산을 내려오시면서 소리 없는 울음을 삼키신다. 차라리 소리 내어 펑펑 우시면 머리라도 아프지 않으실텐데. 난 내 아버지가 병이 나실까봐, 같이 울었다. 내 아버지를 잃는 다면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를 알기에, 그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나를 위해 울었다.

제작년에 돌아가신 고모님 묘와 몇미터 되지 않는 곳에 큰 아버지를 모셔 놓고,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자식들은 모두 내려와 점심을 먹고,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가기위해 내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한술도 뜨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눈빛을 바라보면, 많은 세월 고생하신 검게 그을리고, 상처투성인 아버지의 손을 보면 가슴이 저린다.

열아들 부럽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딸 제가 지금도 그러하십니까?
내 가진 것 모두 드리고 싶고, 사람들이 누리는 좋은 것들을 이제는 아버지의 인생에 보상할 수 있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내리사랑이라 하지요? 하지만 제 자식보다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다.


금강산 여행을 부모님과 외할머니, 큰어머님과 같이하면서
다시 인생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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