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오빠.
차은주
2004.10.05
조회 106
이십여년전.

말도 많고 꿈도 많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났고
굴러가는 소똥만 봐도 웃음이 나던 사춘기 그시절.

제게 우상이었던 이웃의 오빠가 있었더랍니다.
키 크고 얼굴도 잘 생겼고 공부또한 전교 1-2등을 하고
친구에겐 의리,선배에겐 예의,후배에겐 자상함.
부모님껜 효자였고 선생님들에겐 학교에 자랑거리였어요.

한 마을에 여학생뿐 아니라 인근마을의 여학생은 물론이고
타 여학교의 전교생들에게 우상이었던 오빠.

같은 동네에 이웃에 함께 산다는 것 만으로도 자랑스러웠던
쳐다 보기도 아까웠던 오빠.
나중에 커서 오빠랑 결혼해야지 하는 생각은 저 혼자만이
아니었을 모든 여학생들의 공통된 꿈이었을겁니다.
여러사람들이 최고로 대우해줌에 오만하고 건방질만도 하건만
오빠는 그렇지 않는 겸손함까지 갖춘 그 시대의 최고의 영웅이었죠.

그런 오빠의 환상이 깨진건 아주 우연이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어느 겨울날,
그날도 어김없이 함께 하루에 몇번밖에 오지않는 버스를 함께
타고 가기위해 오빠네 집을 들렸는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오빠네 마당 빨래줄엔 커다란 목화 솜이불이 널려있었어요.
하얀 솜이불에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진 지도와 함께.

갓난 아기가 없었던 오빠네 집네 웬 지도 이불???
의아해하고 있을때 방문 너머로 들려오던 오빠아버지의 말씀.
"아이고 이놈아 네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오줌을 싸나
아이고 망신스러워라 우짤꼬..."

오빠에겐 말못할 고민 야뇨증이 있었던 거예요.
그날 이후로 한동안 전 오빠를 똑바로 쳐다볼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명절때 친정에 가서 간혹 오빨 만날일이 있는데
혼자 속으로 키득키득 웃어봅니다.
결혼을 하고 아빠인 남편인 지금도 밤마다 실례를 하는지 생각하며.....
올 추석에도 봤는데 아직은 잘 살고 있더라구요..

신청곡입니다.
진시몬 >>>>>>애수
변진섭>>>>>>>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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