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봄.
그 해 봄은 너무나도 잔인했습니다.
느닷없이 사업이 기울었다는 아빠는 엄마와 저를 버리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때 엄마 나이 스물아홉...
남들은 아직 결혼도 안했다는 그 나이에 아들인 저를 데리고 고통의 세월을 시작하셔야 했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저는 서로를 의지하며 1년, 2년, 5년, 8년...
제가 중학생이 될때까지 아빠없는 세월을 살아야했지요.
사춘기에 접어든 저는 홀로 어려울 엄마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늘상 엄마 속을 썩히곤 했지요.
중2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엄마한테 받은 학원비를 땡땡히 치고 친구들과 진탕 술마시고 담배 피고, PC방에서 날밤을 세다시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2층 구석에 위치한 우리집으로 계단을 올라오면서 취기가 올라 잠시 앉았습니다.
그대였지요.
어디선가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 울음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분명 우리집 안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엄마가 평소 음식준비를 하거나 청소를 할때면 늘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거든요.
그 노래가 흐느끼듯 들리는 것입니다.
진미령씨의 '소녀와 가로등..'
낮에 부를때는 멋드러지게 부르곤 하셨는데
그 새벽에 들려오는 소녀와 가로등은 어쩐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급기야 노래는 끊겼다 이어졌다 하며 들리는듯 하더니..흐느낌으로 바뀌었습니다.
분명 엄마는 울고 계신듯 하였습니다.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학원비 받아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새벽에 숨어드는 제 모습을 바라보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여년 가까이 남편도 없이 혼자 저를 키워주시는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지요.
현관문을 발차고 들어갔습니다.
마음속으론 엄마앞에 무릎꿇고 잘못 했다고..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용서해 달라고..하려했는데..
막상 엄마앞에 서니 속마음과는 달리 새벽에 왜 궁상맞게 노래는 부르고 난리냐며 헛소리가 나왔습니다.
엄마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우시고 저도 급기야 울고.....서로 부등켜 안고 울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사춘기는 한고비 넘겼고,
그 후 엄마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화장기 없던 얼굴은 차츰 아름답게 변하기 시작했고.
외출도 잦아졌습니다.
제가 중3이 되면서 엄마는 지금의 아버지와 재혼을 하셨지요.
아빠없이 사신 세월이 꼭 10년째 되는 해였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엄마를 축복해드렸습니다.
장하신 우리엄마.
젊은 나이 스물아홉에 혼자되어 서른여덟에 재혼하신 우리엄마.
지금은 아버지랑 알콩달콩 행복을 수 놓으며 닭살부부로 살고 계시답니다.
우리엄마 가족끼리 노래방 가시면 여전히 부르시는 노래.
소녀와 가로등...
씽크대 앞에서 음식하면서 부르는 노래.
소녀와 가로등...
청소 하면서 부르는 노래.
소녀와 가로등...
변함없이 소녀로 살고 싶으신 우리엄마.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엄마의 젊은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요.
장차 든든한 아들인 제가 엄마와 지금의 아버지를 위하여 인 한몸 바쳐 효를 다 하리라 다짐해보면서
우리 엄마의 그 애창곡
"소녀와 가로등"을 신청합니다.
감사합니다.
"엄마. 아버지 사랑합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