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구르음~애기구름~"아버지의 18번노래
김주연
2004.10.25
조회 53
같은 노래라도 언제 어느기분으로 부르냐가 그 느낌이나 맛이 달라지는 걸 새삼 느꼈어요.
아버진 공무원이셨지요.
35년공직 생활을 명퇴하시면서 남은 거라곤 달랑 낡디 낡은 자전거 한 대...삐그덕 거리며 조용한 낡음을 들어내지만 어찌나 반짝거리게 닦아대시는 지 출근전 자전거 닦는 아버지의 모습은 늘상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어요.
이렇듯 스산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퇴근길엔 약주한잔 하시고는 비틀거리시며 자전거를 끌고 오시곤 했죠.
길모퉁이 돌으시며 찌르릉~ 경적 한 번 울리면 우리 4남매는 후다닥 잽싼 몸을 일으켜 아버지께 달려 갔어요
자전거 뒷칸에 따끈했던 붕어빵이 검정고무줄에 묶여서는 어느것은 배가 터지고 어느것은 가까스로 살아남아 그 온전한 것을 먹기위한 마중아닌 마중이 되었거든요.
'허허~ 이녀석들...오늘은 누가일등이냐...'
오빤 아버지의 자전거를 대신끌고 어린 동생과 난 고무줄 풀어
붕어빵을 먹으며 아버지의 구성진 노래를 들었지요.
"어엄마구우을음~애기구우울름...."
나중에 알게 된 노래의 제목은 이미자씨의 <<기러기 아빠>>
였어요. 아버지의 그 노래가 그땐 어찌나 듣기 좋았던 지..
마치 자장가 같기도하고 가끔은 슬프기도하고...
그렇게 30년이 지나 엄마가 돌아가시고 오빠까지 잃고 나신 아버지껜 어둡고 힘든 고통의 시간으로 자신의 삶마저 포기 하시려고 했었죠...그렇게 8년이 지나고 이젠 아버지도 많이 밝아 지시고 좋아지셨는데 한달전인가요?
우리 큰애를 자전거에 태워 주시면서 그노래를 부르셨던 모양이예요. 어찌하다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나오니깐 '어 할아버지가 부르시는 건데...'하며 아주 조금이지만 따라 부르더라구요.
갑자기 가슴이 싸늘한 것이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곤 가끔이지만 아버지의 방에서 작게 듣고 하는데 어렸을적 그때 들었던 거와는 다른 뭔가가 아주 구슬프게 들리더군요.
아버지의 18번 노래가 다시 기분좋게 들려지기를 기도 하며
적어봅니다.
아버지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노래...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