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자칭 왕년의 엄앵란이십니다.
청춘스타로 은막의 여왕이었던 엄앵란아줌마!
지금의 외모나 수다로 봐서는 도저히 우리세대는 이해되지 않는
엄앵란 아줌마가 그시절 어머니세대에는 완전히 우상이셨다네요.
따라서 '엄앵란 닮았다'는 말은 지금의 '이영애'나 '심은하'를 닮았다는 말과 같다는 얘기죠.
그런 울엄마!환갑을 넘기셨고 손자 손녀가 셋씩이나 되지만
아직도 추억의 영화를 보실때마다 젊은시절을 회상하십니다.
당시에는 파격적이랄 수 있는 연애결혼을 하신 어머니지만
나이 사십에 홀로 되시고 삼남매를 키우시며
생활고와 삶의 무게로 많이 꿈이 작아지셨죠.
지금도 서울에 오실때면 자식들 먹이려고
이 보퉁이 저보퉁이어깨빠져라 들고 오십니다.
그렇다고 우리 자식들이 고마워하느냐 !
절대 아니죠.
속마음은 안그러면서도 엄마를 구박합니다.
시골할머니처럼 창피하게 뭐 이런걸 들고 다니느냐고...
잃어버린 어머니의 청춘을 돌려드리고 싶지만
이미 너무 늙어버리셨습니다.
하지만 울 어머니 젊은시절 좋아하신 배우가 바로 작고하신 최무룡씨입니다.
그 최무룡씨가 주연한 영화는 다 보실정도로 좋아하셨고
명절때도 최무룡씨가 나오는 영화를 하면 어머니는 하던일을 지치고 보실 정도였습니다.
그때 우린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꿈도 사랑도 추억도 없는 줄로만 알았기에...
그런데 제가 그 예전 엄마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런 마음을 정말 이해할 것 같습니다.
울 어머니가 서울에 계시는 동안 꼭 함께 듣고 싶습니다.
어머니도 기다리실텐데 꼭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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