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빛...노란빛 형형색색빛깔의 가을을 지나 차가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이맘때쯤이면 언제나 아련하게 떠오르는 고향의향수와 추억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적....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15년에서 20년 전쯤 되었을까요.
쌀쌀해진 바람이 콧끝을 간지럽힐때 쯤이면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며 월동준비 걱정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고 계셨습니다.
지금에야 월동준비란 말이 무색할정도로 모든것이 편하게 되어있지만 그때는 김장준비도 해야하고 김장독을 묻을 곳도 손봐야 했고 또 한겨울 따뜻하게 보내려면 연탄광에 연탄도 수북히 쌓아두어야했기에 가난했던 저희 집으로서는 돈들어 갈일만 많았으니 한숨만 나오셨던게 당연합니다.
학교를 다녀와 대문으로 들어서면 한해먹을 고춧가루 준비로 빨간고추를 마당가득 펼쳐두고 말렸다가 해질녁이면 다시금 방안 아랫목에 거두어들여야 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방안가득 베어있는 고추말리는 냄새가 싫었을까요.
또 연탄공장에서 연탄이왔다고 알려주면 저희 가족은 모두 커다란 리어카를 끌고 아랫동네까지 내려가 어머니와 저희 딸들은 뒤에서 밀고 아버지는 앞에서 끌며 검은탄을 얼굴에 묻혀가며 땀으로 범벅된 몸을 이끌고 도와야 했습니다.
전 그때 저희 옆집에 제가 좋아했던 오빠가 있었는데 연탄 나르는 제 모습이 들킬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던지...
연탄을 연탄광으로 다 나른후 번개탄에 불을 붙여서 연탄을 피우기 시작했지요
연탄을 피우기 시작하여 며칠 되지 않았을때 연탄가스를 마셔서 머리가 깨질듯 아팠는데도 동치미 국물을 먹으면 낫는다고 하루종일 동치미국물만 먹었던 생각도 납니다.
또 잠자리에 들때면 이불 하나가지고 서로 덮어야 한다며 싸우다가 속옷바람으로 쫓겨나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손들고 벌서 있던 생각도 납니다.
벌을 세우고 난후 어머니께서는 항상 겨울내내 먹을 간식인 고구마를 깍아서 주셨지요.
저물어 가는 한해의 저희 일곱 식구의 겨울 월동 준비는 그렇게 시작되었답니다.
지금은 너무도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이맘때면 항상 저의 뇌리에 스치며 가슴이 저릴 정도로 그
때의 추억들이 생각나고 그립습니다.
이 글을 남기는 지금도 너무도 그때가 그립네요.
양희은씨의 '가을아침'신청합니다.
감기조심하세요.
겨울의 문턱에서의 아련한 향수와 추억들...
민수남
200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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