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좋아요
갈바람
2004.11.11
조회 51
남편과 티격태격하다가 저는 그만 쌩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아이들 울어대고
남편은 어디가냐고 소리를 질러댔건만
'어디 나 없으면 되는가 보라지? 흥!'
하면서 진짜 깡다구를 보여주었답니다.

차에 올라타니
진짜 밟히는대로 달려갔습니다.
어딜 가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달린 것이 아니니
아무런 재미가 없었습니다


'바닷가에 가볼까? 그래 싱숭생숭한 기분에는 바닷가가 젤이지..'

저는 얼른 격포로 갔습니다.

아휴
멀어라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같이 갈 적에는 되게 재밌고 즐겁덩만
엄청시리 멀기만 하고 정말 무료했습니다.

얼추 두어 시간 걸렸나요?
그렇게 달려간 바닷가
이야
그래도 짠 바닷내음과 함께 쪼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휑하니 서있자니 기분이 풀어지는 듯 했답니다.

근데..
저기서조금 무섭게 생긴 아자씨가
저처럼 고독을 씹어대는 지 수평선 저 먼 곳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빠져있는데

덜컥
겁이 나는 거있죠?

멀찍이 걸어가서
다시 바닷가의 내음새를 맡으려는데

아이고.
저는 한가지 징크스가 있다면 남편과 다투고 나면 꼭 배가 싸르르 아프답니다
과민성 대장염이 어쩌고..저쩌고 하던 의사샌님의 말씀처럼 제가 쪼금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공중화장실로달려가는데요

아이고
왜 이렇게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한 것입니까?
얼른 코를 막고 일을 본 후에 나오려는데

아악
문이요
문이 왜 안열리죠?
흠미

아까 그 혼자서 고독 씹어대던 아자씨가 혹?
나를?

저는 혼자서 부들부들 떨면서 문을 두드리는데요
이야 우리 남편도 생각나구요
아들들도 떠올랐습니다.

나 이대로
저 아저씨한테 끌려가는 것 아니야?
혹여 내 팔뚝 보고 두껍다고
원양어선에다가 팔아넘겨 나 빨래나 시켜대는 것 아닌감?

안돼요
노우
난 귀중한 육아임무를 띤 아줌마랍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대표라고요

하면서 거의 악을 쓰듯 파아아악
하고 문을 열었더니
픽~
하고 힘없이 문이 열려버리는데요


아무도 없데요?
아마도 녹슨 자물쇠가
잘 안열렸었나봐요

밖으로 나와보니
아자씨는 혼자 고독씹으면서 여전히
뭔가를 쭝얼대고 있었구요

갑자기 집에 있는 아그들이 보고 싶어지구요
남편도 슬그머니 그리워지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고독을 씹어댄다고 한들
저 아자씨가 내 남편만 하리?

저는
멋진 울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도로 밟아서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어디갔다 왔어?
이잇..당신 나빠! 아들이 바지에다가 *쌌어! 이잇 "
하는데

우리 아들
꼬라지가 완죠니 거지꼬라지 그대로였습니다.

아이고 미안하여라

저는 얼른 아들의
얼굴을 부여 안고
냄새나는 그 궁댕이를 손으로 벅벅 씻어주었답니다.

하나도 드럽지 않았어요

가족의 기운이라는 것은
혼자 있어보니
그 게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것이라는 지
비로서 알게 되었네요

다시는 안싸울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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