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크대 뚫던날
유윤석
2004.11.15
조회 51

점심먹고 둘째아이 재우고 손하나 까딱하기 귀찮아 이제 좀
쉬려는데 큰아이가 방울 토마토를 먹겠단다
씻어야 돼 엄마 좀 쉬고 나중에 줄께
지금 먹고 싶단 말야
나중에
한알만 먹을께 한알만

우리집 아이들은 과일은 잘 안 먹는데 큰녀석은 방울 토마토는
좋아한다. 그래서 사다 놓은 것인데....
과일을 잘 안 먹는건 내 게으름 때문이다
난 과일 깎아 먹는일이 제일 귀찮다. 시댁에 가면 제일 무서운 말이
애 과일좀 깎아라'이다
그리고 시어른들이 과일을 무지 좋아하신다. 싯자 들어가는건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데, 하물며 시어른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좋아할 수 있나
그리고 또 아이들 임신중 일때 하도 질려서 한동안 과일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임신을 하면 신게 먹고 싶어 진다고 들은 신랑은 매일 과일을
사다 날랐다. 하지만 남자들은 과일을 잘 살 줄 모른다
12월에 설익은 수박, 4.5월에 묵은 귤 사과.
가득이나 입덧으로 이맛저맛 모르겠는데 풋과일과 묵은 과일은
고역이었다
하루는 녹즙기로 사과와 귤을 갈아서 쥬스로 만들어 앞집 옆집
다 돌리고 그래도 남은 과일은 잼을 만들어 벼렸다
그리고 과일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남들은 신게 먹고 싶다 던데 당신은 이상하네
난 아니니까! 제발 그만 사와
그리고 아이들이 장이 약해 과일만 먹으면 배탈이 나서 과일을
많이 줄수 없었다.

아무리 몸이 귀찮아도 아이가 먹겠다는데 엄마가 어떻게 안 줄 수
있나
잠깐만 기다려 씻어줄께
물을 틀어놓고 씻는데 토마토가 배수구망에 떨어지고 망을들어
꺼내려는데 아래 관으로 토마토 하나가 떨어져 버렸다
"얼라 걸렸네"
난 얼른 포크로 떨어지기 일보직전인 방울 토마도를 꼭 집었는데
딸려 올라 오던 토마도가 다시 떨어졌다
안되겠다. 그냥 뭉게서 내려가게 해야지
이번에는 튀김 젓가락으로 막 쑤셨는데 뭉게지기도 전에 관으로
떨어졌다. 완전히 결렸는지 물이 내려가지도 않고 뽀글뽀글
올라온다. 난 아들녀석에게 화살을 돌린다
너 때문에 씽크대 막혔잖아 나중에 준데니까 씽크대 다 뚫아야
되잖아 다 너 때문이야"
씽크대 엄마가 못 고쳐 아빠가 고쳐야 돼
엄마도 할수 있어 너 조용히 하고 있어

일전에도 샐러드 하다가 오이 꽁다리를 떨어뜨려 막혔을때 남편이
뚫는걸 본적이 있었다
개수다 밑에 그릇을 다 꺼내고 큰 그릇 받치고 배수구망에 연결된
바킹을 돌렸다 물은 다행히 받쳐놓은 그릇에 쏟아쳤다
어라 없네 완전히 하수구로 떨어졌나
야 없다. 엄마가 고쳤지
조립은 왜 이리 힘든지 바킹은 계속 헛돌고 ....
다시 물을 틀으니 어라! 물이 다시 뽀글뽀글 올라온다
Y관에 결렸나"
다시 아들녀석에게
다 너 떼문이야 너가 엄마말 안 들어서 그래
다시 그릇을 대고 Y관을 풀렸다. Y관은 바닥 가까이 있어서
그릇 받치기가 안 좋았는데 관을 풀자 마자 물이 그릇 밖으로
다 쏟아졌다. 주방은 물바다가 되었다
야 큰일 낫다 빨리 걸레 휴지 가져와
주방은 음식 찌꺼기까지 완전 난리였다 그리고 점심에 먹은
청국장 찌꺼기는 완전 화장실물 같았다
아들 녀석은 내 씩씩거림에 놀라 방울 토마도 먹고 싶다고는 말도
못하고 작은방에서 동화책만 큰소리로 읽었다

방울 토마토는 Y관에 걸려 있었다. 걸린 토마토를 꺼내고
물바다가 된 주방바닥 치우고 닦고 물벼락 맞은 그릇들을 씻었다
씽크대 안을 말리기 위해 그릇을 다 식탁위에 올릴때 까지
아들 녀석은 주방에 나오지도 못한다
토마토를 씻어 접시에 담아 아들녀석 앞에 놓아 주었다
방울 토마토가 먹고 싶었니
응 엄마도 먹어
싫어 너 많이 먹어
아들녀석은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다
맛있니
엄마도 먹으라니까
싫다니까
엄마도 하나 먹어 봐요
그래 하나만 먹어보자 그리고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우린 그날 오후 물벼락 맞은 주방에서 방울 토마도를 맛있게
먹었다.

정유경/ 꿈
한동준/ 너를 사랑해
조정현/ 그 아픔까지 사랑할꺼야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