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애창곡> 한혜진의 갈색추억
정현아
2004.11.29
조회 72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며칠 전 첫 눈까지 내린 걸 보니 이제 정말 겨울인가 봅니다.
겨울이 되면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 생각이 부쩍 더 납니다.
하나 밖에 없는 막내딸이 시집가는 것을 그렇게나 좋아하시고
또 한편으로는 섭섭해 하셨던 아버지.
친구 분들이 딸의 손을 잡고 예식장을 들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많이 부러우셨다며
이제 당신도 해볼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던 아버지.
그러나 정작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시지 못했습니다.
실수하면 안된다며 밤마다 저와 함께 신부입장을 연습하셨던 아버지는
결혼식을 두 달 앞둔 어느날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던 겁니다.

평생을 일하셨던 직장을 정년퇴직하신 뒤 집에만 있기 심심하시다며
주유소 주유원, 아파트 경비, 건설회사 노무자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셨던 아버지.
힘드시지 않냐며 가족들이 말f렸지만
아직도 당신이 일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며 한사코 굳은 일을 마다 하시지 않으셨던 아버지.
퇴직 전 다니던 직장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돈이지만 아버지가 일해서 번 돈이라며
월급날마다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사오며 기뻐하셨던 아버지를 가족들은 말릴 수
없었던 거죠.
그러던 아버지가 어느 겨울날 밤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다
함께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늘 강직했던 성품 그대로 위험에 처한 동료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겁니다.

가족들은 믿을 수 없는 허망한 마음에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르고
저는 49제가 지났으니 예정대로 식을 올리라는 엄마의 말을 따라 결혼을 하고
그렇게 집을 떠나왔습니다.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겨울이 오면 그 차가운 밤 외로이 돌아가셔야만
했던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즐겨 부르셨던 한혜진의 ‘갈색추억’이라는 노래를 입 속으로 가만히 불러보곤 합니다.

그 노래가 발표된 게 1993년이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10여년 전 어느날 아버지는 노래가 담긴 테이프를 하나 주시면서
‘갈색추억’이라는 노래만 공테이프에 반복해서 녹음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노래를 연습해야 하는데 계속 되감기를 하면서 듣기가 번거롭다면서요.
저는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버지를 위해 ‘갈색추억’이라는 노래를
반복해서 녹음을 해서 드렸습니다.
노래가사를 적은 종이와 함께요.
그날부터 아버지의 노래연습은 시작되었고, 저희 가족 모두는 매일 몇 시간씩
그 노래를 함께 들으며 덩달아 따라 부르곤 했죠.
모두가 노래 선생님이 되어서 아버지가 음정이나 가사를 틀릴 때마다 지적해드리면서요..
그렇게 연습한 노래를 그 해 송년회때 멋지게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며
이 모든 게 우리 막내딸 덕분이라며 웃으시던 아버지.
그때부터 ‘갈색추억’은 아버지는 물론 우리 가족 모두의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저도 모임이 있는 자리면 곧잘 부르곤 했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이 노래를 들으면 자꾸 눈물이 나와
애써 피하곤 했지만
이젠 아버지를 슬픔이 아닌 그리움으로 추억할 수 있게 되면서
이 노래가 부쩍 더 생각이 나네요.
유영재씨, 한혜진의 ‘갈색추억’이라는 노래를 아버지의 애창곡으로,
아니 우리 가족 모두의 애창곡으로 신청하니 꼭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참, 이 코너의 경우 부모님의 사랑을 되새겨볼 수 있어 항상 마음이 따뜻해지는 코너인데요, 한번쯤 특집으로 <우리집 애창곡>으로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요? 부모님의 애창곡은 물론 자녀나 손자녀 등 각 세대가 즐겨부르는 노래와 가족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등을 함께 소개한다면 세대간의 이해와 사랑을 더욱 높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특색있고 재미있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더 좋은 방송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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