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시간을 보낸후...
장은희
2004.12.06
조회 69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더욱 여미게 만드네요. 따사로운 바람이 저의 답답한 이 마음을 시원스레 쓸어가면 좋으련만 그건 바램일 뿐이겠죠.

뒤돌아 생각해보니 어느덧 결혼한지 4년이 다 되어갑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는 지금 힘들었던 시간들이 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것만 같아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월의 무상함이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직도 아픈 상처가 아련하게 나마 느껴지는것같아 마음의 씁쓸함까지 느껴집니다.

결혼초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 무렵 저의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 지셨습니다. 그때 전 임신 초기였지만 아프신 시어머님을 두고 제 몸 먼저 돌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서 였을까요. 너무도 쉽게 뱃속의 아기는 유산되고 말았습니다.

너무도 마음이 아파서 전 며칠동안 밥도 못먹고 누워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슬퍼할 여유조차 주어지질 않았습니다.

두번째 임신으로 너무도 기뻤던 그 무렵 시아버님께서 교통사고로 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전 그때 시부모님 두분의 병수발을 모두 감당해야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저의 뱃속의 사랑스런 아기를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후 시어머님께서는'지 뱃속의 아이도 지키지 못하는 바보'라고 또 '니가 시집와서 집안이 제대로 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며 저만 보시면 화를 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전 아기가 잘못된 그 모든일이 시부모님때문인것만 같아 아버님 어머님이 원망스럽고 미웠습니다.

그리고 몇해가 지나 작년 12월 전 예쁜 딸아이 정인이를 낳았습니다.

제가 정인이를 낳은지 몇일 되지 않아 시어머님께서 뇌에 종양을 제거 하는 두번째 수술을 받게 되셨습니다.
전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몸이 힘듯탓에 시어머님 병상에서 잠깐 옆드려 잠이 들었을까요. 나즈막히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는 시어머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휴... 불쌍한것. 나 땜시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하고....시부모 병수발 하느라 고생이 많다는걸 내가 와 모르겠노. 니랑나랑 다음생에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시어머니 며느리가 아니라 어무이랑 딸로 만나제이. 아휴 불쌍한것.."

제가 잠들어 있는줄 아시고 혼잣말로 하신 말씀이지만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와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전 잠자는 척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흘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을 원망했던 제 자신이 너무도 미웠습니다.

수술후 1년이 지난 요즈음 아버님, 어머님 건강이 많이 안 좋아 지셨습니다.
어머님은 치매증상까지 보이시고 아버님은 교통사고 휴유증으로 밤에 잠도 편히 주무시질 못 하십니다.

하지만 영재님!
전 매일 저의 아버님,어머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두분이 저의 곁에 계심에 너무도 감사합니다.

아버님,어머님 건강빨리 회복하셔서 내년 봄 따스한 햇살 비칠때 저랑 나들이 가셔야죠. 저희 모두 기도하고 있으니까 더욱 힘내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노사연(만남)
권인하(사랑이 사랑을)
박선주(귀로) 신청합니다.

영재님 추운 날씨에 감기조심하세요.
그리고 아름다운 강 선물로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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