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애창곡......
신미화
2004.12.06
조회 54
세상에서 우리엄마처럼 근검절약하시는 분이 또 계셨을까요.

어릴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물려입는 옷은 기본이요.
그것도 새로 사서 입었던 언니오빠 옷이 아니라
외갓집에서 줄줄이 물려 입었던 옷들을 우리집에서 다시 한 번 물려입었었지요.

엄마가 외갓집에 다녀오시는 날은 우리들이 새옷?을 입는 날이었고
물론 아빠엄마도 그날은 이옷저옷 입어보시는 날이었지요.
저희들은 물론 부모님도 외삼촌 외숙모가 입으시던 옷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니까요.
그렇게 긴치마가 짧은 미니스커트가 될때까지 입고 또 입고..
나팔바지가 칠부바지가 될때까지 입었던 우리 4남매였습니다.
외숙모가 입던 홈웨어를 고쳐 월남치마를 만들어 입으신 우리엄마.
외삼촌이 입으셨던 유행지난 양복은 우리아빠를 멋쟁이로 변신 시켜주곤 하였지요.
그렇게 가난하지만 행복한 저희집에도 늘 걱정거리는 있었습니다.
젊어서부터 늘상 병약하셨던 아빠 때문이었지요.
엄마는 자나깨나 아빠 걱정에 온갖 몸에 좋다는 약들을 찾아 대령시키시던 세월을 사셨습니다.
이제 아빠는 건강해지셔서 칠순을 넘기시고 오히려 젊을적보다 더 좋아지셨는데..
소라도 때려 잡겠다시던 엄마가 여러가지 병마로 고생하십니다.
엊그제 김장한다기에 내려갔더니 당뇨합병증으로 관절약, 심장약, 순환기약, 위장약. 변비약, 수면제...등등으로 매일을 버티고 계셨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아리고 아프던지요.
수면제를 먹고 누워도 잠이 오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이틀밤을 뜬눈으로 지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어찌나 눈물으 쏟아지던지요....
젊은날 입을것 안입고 먹을것 안먹어가며 자식들 길러내시고
아빠 보필하시며 당신 몸을 안돌보신 결과라 생각하니
세삼 엄마의 일생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김장을 버무려 속을 넣으시며 우리엄마 기분 좋아지셨네요.
느닷없이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하시며
김범룡 오빠의 바람 바람 바람을 신나게 부르시는 겁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적에 유행했던 그 노래는 우리엄마가 가장 자신있게 부르셨던 노래거든요.
그런데 이제와 세삼 엄마의 신바람나는 바람 바람 바람을 듣고있노라니
어릴적 추운겨울날 동치미에 고구마 먹으며 노래자랑하던
우리 가족그림이 떠올라 미소가 절로지어졌습니다.
우리엄마 김장하시는내내 바람 바람 바람으로 일관하시며 그러시네요.
"오늘같으면 아픈데 하나도 없다.."
딸 셋이 거실 가득 앉아 도란거리는 모습이 좋으셨던게지요.
김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제 입에서도 어느새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하는게 아니겠어요.
오늘 울엄마의 그 애창곡 범룡 오빠의 바람 바람 바람을 들려주세요.
이 노래 듣고 울엄마 힘 내셔서 그깟 병마쯤은 물러가라!! 하시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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