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애창곡) 일년 만에 웃으신 어머니
김연숙
2005.01.06
조회 86
드디어 어머니가 웃으셨습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고운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시는 어머니.
뭔 노인네 음성이 그리 곱냐, 새로 시집가도 되겠다는
작은 할머니의 농담에
기어이 웃고 마십니다.
어머니는 재작년 초겨울에 외삼촌을 잃으셨어요.
외삼촌으로 말씀드리자면 어머니의 막냇동생으로
어려서 외할머니를 잃고 어머니 손에서 자란 분입니다.
더구나 외삼촌의 연세가 우리 큰오빠와 두살 터울 밖에
나지 않아 어머니에게 외삼촌은 자식이나 매한가지였던 거예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누이 집에서 기거하며
시름을 술로 달래던 외삼촌은 결국 끼니 챙기듯 드신 술로 인하여 사십대 후반에 돌아가시고 만 것이었습니다.
외삼촌은 딱히 묻힐 곳도 없으셨고 땅 한뙈기 사놓은 형편이 못되어서 시골집 고구마밭에 산소를 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박복한 어머니...
당신 손으로 길러낸 남동생의 장례준비까지 하셔야 했으니
이 얼마나 비통한 일인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농사일에 피곤하실 적마다
조금씩 드시던 술을 아예 딱 끊고 마셨어요.
그놈의 술 쳐다만 봐도 지겹다시며...
그리곤 고구마밭에 묻힌 삼촌의 묘를 보며
밭을 매다가 우시고, 고추를 따다가도 문득 쳐다보며
믿어지지 않아 우시고....일년 내내 눈이 짓무르도록
우셨답니다. 그 어머니가 얼마 전 칠십 삼회째 생신을 맞으셨어요.외삼촌이 걸려서 그러신지 생일상 받지 않으시겠다고
고집 피우시는 어머닐 큰오빠가 달래고 큰올캐가 꼬셔서 ^^
안면도 해수찜도 시켜드리고....엄마가 소원하시던
KTX도 태워드리고 그랬네요.
그간 조금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었는지
어머닌 일년 넘게 안드시던 오가피주를 한잔 드시고
기분도 많이 좋아지셔서 노래방으로 모셨더니
흔쾌히 마이크를 잡으시더라구요.

어머니 고향이 안면도지요.
지금은 모두들 돌아가셔서 친정이라야 찾아가 쉬실 곳도 없지만...그래서 해수탕도 즐기고 불가마 찜질도 하시라고
모텔에 모셨는데 아이처럼 좋아하셔서 다행이었어요
어머니가 섬마을 처녀라 그러신지
좋아하시는 노래도 섬마을 선생님이네요?
저희들 모르게 좋아하던 섬마을 선생님이라도 계셨는지 모르겠구요...^^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이 노래 신청드립니다.
들려주실 거지요?

이미자님의 '섬마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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