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에
김은아
2005.01.17
조회 65
신청곡; 찰리박 ‘카사노바사랑’이요~


토요일 이른 오후, 학교를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집에 오는 길.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탕을 사 물고 바닥에 닿을 듯 몸만한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씩씩하게 걸어옵니다. 집에 오는 길에는 재래시장이 있어 심심하지 않아요. 길 위로 새어나오는 TV소리, 따뜻한 햇살도 모두 ‘와 토요일이다~!’ 라고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할머니께서 보글보글 맛있는 짜파게티를 끓이고 계십니다. 반찬은 김치 하나. 주식은 짜파게티 1인분. 할머니는 손녀의 작은 그릇에 면을 덜어주십니다. 당신은 남은 양념에 하얀 밥을 덜어 비벼 드시구요. 안테나가 길게 달린 자그마한 TV앞에 찻상을 놓고 할머니와 손녀는 그렇게 토요일 점심을 즐깁니다.


배가 가득 불러오면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실내화 빨기.. 손녀는 조금 더 앉아 TV를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화장실로 가는 아이... 그 때는 할머니의 잔소리가 그렇게도 싫을 수 없습니다. 억지로 실내화를 다 빨고 나면 할머니는 서랍 깊은 곳 동전 지갑을 꺼내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손에 꼭 쥐여주십니다. 아이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동네 슈퍼까지 한 달음에 달려가곤 합니다.


할머니...동전을 쥐어 주시던 그 거친 손. 마지막으로 떠나실 때 그 손을 꼭 잡아드리지 못했던 스물넷의 철없던 손녀. 지금 이렇게 마음 한 곳이 아려옵니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흰돌마을 주공아파트 409-307 우;411-724 김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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