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맘 때 쯤이면 누구든 잘 한 일, 좋은 일 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과
후회가 더 많이 남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이렇게 한 해를
보내며 그 기억들도 결국 좋은 발자욱이 되리라 생각하며 글 올려봅니다.
올 해, 첫 시작부터 강한 타격이 저희 가정에 주어졌습니다. 아빠는 정년
퇴직 후, 감사하게도 좋은 노년 일자리가 생겨서 3년 이상을 회사에 다니게
되셨어요. 그렇게 잘 다니던 회사가 약간 이상해진다
싶더니만 임금 채불이 생기고, 1년을 믿고 기다리며 버텼지만 오히려 그 믿음
에 상처를 안기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아빠는 해고를 당하셨고 , 도중에
사장님과 경리가 돈을 횡령하여 잠적해 버리고만 것이었죠.
가족처럼 믿고 다니던 회사에서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아빠의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그렇게 해고를 당한 것이 바로 올 해 1월 초... 충격과 허탈감
속에 힘겨워하던 아빠는 결국 병이 생겼고
2주에 한 번씩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몸무게는 순식간에 49 kg까지
빠져서 앙상한 뼈만 드러났고, 사람에 대한 상처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집예 계시는 동안 내내 아빠는 점점 더 날카로워갔고, 엄마를 심하게
괴롭히기 시작하셨습니다.
엄마는 수술을 여러 번 받아서 몸이 약한 환자인데
예민해지고 화도 부쩍 늘은 아빠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려니 엄마 몸에도
한계가 오고 말았어요. 대상포진에 걸리고 만 겁니다. 보기만 해도 너무 아플 지경인데
엄마는 한여름에도 춥다는 핑계를 대며 긴 옷을 입고는 아빠께 대상포진에 걸린 사실을 숨기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강한 법이라죠... 보는 사람도 괴로운데 단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늦어도 새벽 4시면 일어나 아침밥을 했고,
아빠와 병원에 같이 가 주고, 집에서 그 엄청난 아빠의 잔소리와 간섭도 다 참으며 견뎠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대상포진으로 인항 흉터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저를 슬프게 합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은 정말 더 힘든 법인 것 같습니다.
올 해는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내내 이렇게 힘든 일들의 연속이네요.
부모님이 모두 편찮으시니 이 보다 더 괴롭고 힘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4년, 고통이 절정에 달한 한 해... 이젠 그 정점을 찍고 좀 가뿐해질 날이 올 수 있을까요?
희망을 바라보고 싶어지는 지금, " 엄마, 그래도 잘 이겨냈어. 고마워!" 이 말을
엄마께 해드리고 싶습니다. 꼭 안아드리면서 말이죠.
김광석 '일어나' 듣고 싶어요. 저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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