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애창곡 】
김수연
2005.01.27
조회 82
내가 어릴적 엄마는 아버지가 술드시고 흥얼흥얼 인생은 나그네길 노래하면서 들어오시면 뒷문으로 옆집 아줌마집으로 숨는게 일쑤였다 그런면 아버지는 니 엄마 찿아오라면 호통을 치시면 술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알콜중독자였던 아버지는 집에 돈이 없어도 술은 드셔야 했으니 어린 딸을 술 사 오라고 밖으로 내몰기 일쑤였다. 안 한다고, 외상으로 어떻게 사 오냐고 문 밖에서 울먹이며 발만 동동 구르는 나를 아버지는 “저 망할 년 잡히기만 해봐라” 하며 무서운 얼굴로 쫓아오셨다. 그 좁은 동네를 정말 죽기 살기로 뛰었다. 잡히면 맞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시야에서 겨우 벗어나 동네 대나무숲이나 산에 숨어 있다 아버지가 잠이 드신 뒤에야 내려오곤 했다. 형제가 다섯 명인데 유독 큰딸인 내게만 그러셨다. 그땐 아버지가 어찌나 원망스러웠던지….
그런데 그 일도 세월이 지나 시집가서 애 낳고 살다 보니 모두 아스라이 잊히었다. 형제들끼리 그 시절 이야기가 나와도 아픈 기억이 아니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인데, 그래도 아버지는 내내 가슴에 사무치는지 수연아 우리큰딸! 옛날에 돈도 안주고 술사오라고 쫒아내서 미한하다 하시며 나 죽거든 그일 가슴에 담고 있지말거라 하시며 날을 볼때마다 그 이야기을 하신다. 지금은 당뇨합병증이 와서 무릎 밑을 잘라 내는 수술을 몇년 전 하신 후 그좋은 술은 못 드시기 시작했다. 거의 12년 동안 안 드셨는데, 여러일 옛날 생각에 얼마나 충격이 크셨으면..
아버지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제는 우리 애들에게 즐거운 추억처럼 얘기해 주는 걸요. 덕분에 저 학교 다니는 동안 달리기 성적은 다른 친구들보다 좋았잖아요. 지금도 당뇨 때문에 고생하시는 아버지, 나이 사십 넘은 딸에게 “우리 아가, 우리 수연 큰딸” 하고 불러 주시는 다정한 아버지. 이젠 더 아프지 마시고 마음에 무거운 그림자랑 훌훌 털어 내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옛날 처럼 돈안주고 쫓아내서 수연아 빨리가서 술사오라구 더크게 소리쳐주세요.
네!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오늘은 옛날어릴적 아버지가 술취해 흥얼흥얼 부르던 노래
최희준씨에 【하숙생】 노래가 다시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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