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일찍 저세상으로 보낸 저는 조금만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시는
동네 아버씨들만 보면 "아저씨..우리 아버지 할래?"
라고 자꾸만 묻는 바람에 동네에서 그마나 홀로 자식들 키우며 사시는 어머니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기가 일수였다고 합니다.
어떤 동네분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서는 바로 집에 있는 나를 찾아와..그런말 하면 못쓴다며 매를 들었다던 어머니..
어렸을적 일이라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매를 드시면 그순간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어머니의 모습도..
그때 어머니의 눈가를 촉촉히 적셔주던 눈물도 희미하게 기억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학교가 파하면 늘 형과 누나와 함께 집을 지켜야 했고..
어머니는 장으로 나가셨다가 밤늦게서야 집에 돌아오시곤 했습니다
어느날 같은반 친구가 자석필통이란걸 샀다며 친구들앞에서 내밀며 자랑을 했습니다
친구는 부러움에 웅성거리며 모여들었고 순간 난 나도 모르게
"그거 나도 집에 있어!"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친구들은 냉소섰인 표정으로 "있으면서 왜 안겨오는데?있으면 가져와봐?"
라며 비웃었습니다.
전 그날 집에 들어가 형과 누나에게 "엄마 언제와?엄마 오면 자석필통 사달라고 할꺼야!"
그말에 형은 엄마가 돈이 어딨냐며 엄마한테 그런말 가만안둔다며 윽박을 질렀습니다
이런 저런 서러움에 통곡을 하며 울고 있는데 잠시후 엄마가 들어오셨습니다
형은 눈짓으로 다시한번 절대말하지 말라는 싸인을 보냈고 저역시 입술을 꾹 깨물며 참았지만 엄마가 차려주시는 저녁상을 뒤로 한채 퉁퉁불어 잠들어버렸습니다
비몽사몽간에 엄마와 형이 나누는 이야기가 나즈막히 들여왔습니다
"자석필통 얼마나 하니?"대승이 하나 사줬으면 싶다"
"엄마 그게 얼만데?뭐하러 사줘?"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만약 꿈이었다면 꿈속에서도 형이 너무 미웠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며칠뒤 초저녁부터 잠들어있는 날 깨우는 엄마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밥먹고 자야지..그리고..자석필통 사왔다 얼른 일어나!
자석필통을 품에 안고..좋아하는 내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는 "그리도 좋냐?"며 눈물을 글썽이셨습니다.
벌써 훌쩍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자식에게 뭐든 다 해주고싶은 맘 굴뚝같기만 합니다.
맹목적으로 사랑을 주고..또 주지만..그래도 그사랑이 늘 부족한것만 같고 안쓰러운게 바로 자식이더군요
어린시절..한때 내가 갖고 싶은것을 다 채워주지 못한 어머니를 원망했던 철없던 시절을 이제서야 후회합니다.
자식이 갖고 싶은 물건을 갖지 못해 속상해할때
바로 그뒤에서 몇배로 더 아파하고 속상해하시는분이
바로 부모라는걸 이제야 알았기때문입니다..
이제서야....
말입니다..
꽃다운 나이를 홀로 지내셨던 어머님이
흥얼거리시던 노래 신청합니다.
묻지말아요 내나이를 묻지 말아요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심수봉:올가을엔 사랑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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