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영재님!!
차디찬 바람의 한겨울은 지나고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나 봅니다.
대지의 눈들이 다 녹아내리고 개나리가 봉오리져 올라오려 하네요.
따사롭고 포근한 어머니의 품과 마음처럼 코 끝을 간지럽히는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며 저희 어머니께서 늘 흥얼거리시던 노래를 신청하려 합니다.
몇일전 택배로 박스 하나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손으로 정성스럽게 빚은 만두에다 편지도 한통들어 있었습니다.
맞춤법은 많이 틀렸지만 손으로 꼭꼭 눌러 정성스럽게 쓰여진 편지를 보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니가 좋아하는 만두 보냈으니까 끼니 거르지 말고 밥은 꼭 챙겨먹고 다녀. 뭐니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이여.'
라는 짧은 글귀의 편지였지만 그 짧은 한마디에 어머니의 많은 노력과 자식사랑의 깊은 마음이 담겨있는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저려오는듯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렸을때 책을 보자기에 쌓아서 둘러매고 학교로 향하던 친구들이 그렇게도 부러웠었다며 늘 말씀하셨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집안의 맏딸로 많은 동생들을 돌봐야했고 또 하루종일 밭일까지 하셔야 했으니 학교가서 글을 배운다는 그 자체가 사치고 또 여자가 글을 알면 팔자가 사나워 진다며 외할아버지는 아예 학교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글을 배우지 못하셨던 어머니는 언제나 은행 볼일과 관공서 볼일등.. 글씨을 써야할곳에는 언제나 저를 데리고 다니셨고 안내글귀를 보며 버스를 타야하는 곳에도 제가 꼭 따라 다녀야 했습니다.
한번은 제가 어렸을때 은행에 어머니와 돈을 찾으러 갔는데 은행직원이 꼭 본인이 써야한다며 어머니께 글쓰기를 권하셨는데 어머니께서는
"아휴...제가 눈이 안좋아서 글씨를 쓰기가 조금 힘드네요.."하며 말씀하시자 그 직원은
"아줌마...글씨 못써요?? 아니 요즘 세상에 자기 이름 석자도 쓸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하며 막 면박을 주더라구요..
그날 집에 돌아오신 어머니는 한참을 멍하니 앉아 계시더니
"명순아... 니도 엄마가 창피하지? 내가 다 안다. 엄마가 무식하고 못 배웠으니 니도 얼마나 엄마가 창피하겠나? 하지만 배우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못 배워 당하는 수모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이속을 알겠노??"
어머니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고 전 어머니의 그런모습에 가슴이 메어 왔습니다.
그렇게 배움의 한이 많으셨던 저희 어머니께서 요즘은 마을 회관에서 가르쳐주는 야학을 다니십니다.
처음엔 아버지께서 다 늙어서 뭘 배운다고 다니냐고 반대하셨지만 손주들한테까지 글모르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여주기 싫다며 얼마나 열심히이신지 모릅니다.
요즘은 주위의 할머니들께도 찾아가 글을 한자 한자 깨우칠때마다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또 공부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야학에 공부하러가자고 권하신다고 합니다.
돋보기까지 쓰시고 더듬더듬 읽어내려가는 책 내용이 왜 이리도 재밌냐며 하루 하루 사는게 살맛난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또 가끔은 받아쓰기 백점 맞았다고 자랑하시는 너무도 소녀 같으신 나의 어머니!!
어머니!!
언제나 늘 그렇게 자신감 있으시고 늘 열심히이신 어머니의 열정에서 나약해지고 나태해지는 제 자신을 채찍질하게 됩니다.
어머니 열심히 하세요...받아쓰기 매일 백점 받으시구요...
어머니...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어머니께서 늘 흥얼거리시던 노래 혜은이의'당신은 모르실꺼야' 신청합니다.
영재님!! 그리고 유가속 식구들 모두 꽃샘추위에 건강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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