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행을 떠나요.
막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작은 카세트에 우리가 좋아하는 클레식 테이프를 넣고 , 바이런의 시집과 기타 하나면 족하겠지요.
어쩌면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있어 행복한 여행이 될거예요.
바다가 보이는 곳에 방을 정하고 밤이면 촛불을 켜놓고 그 촛불이 다 탈때까지 노래를 불러요.
부르다 부르다 지치면 시를 읊어봐요.
짙게 깔린 어둠이 창문너머 파도 소리마저 삼켜버리면 당신의 기타소리에 맞춰 조용히 시를 읊어봐요.
그렇게 새벽이 올때까지 서로를 마주보며 우리가 아는 모든 시들을...
저만치서 새벽햇살이 고개내밀면 모든걸 내려놓고 바닷가를 달려봐요.
조심 조심 모두가 잠든 새벽을 ,파도가 밀려가버린 모래위에 한발
한발 우리의 추억을 간직하며 예쁜 발자국을 만들어요.
아직은 싸늘한 바다지만 우리의 사랑을 담아보아요.
비록 이것이 꿈이라해도 영원히 간직할께요.
사랑해요.
이 유치하고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글이 지금으로 부터 25년전 중학교 1학년이던 제가 쓴 글이랍니다.
"가을의 추억" 이라는 부제 아래 보면 볼수록 우습기만한 시들이 노트 한권에 가득 담겨있네요.
얼마전 창고를 정리하다 발견했는데 남편과 함께보며 한참을 웃엇답니다.
그때는 며칠밤을 세워가며, 노트에 빼곡하게 "고독" 이라는 글씨로 채워가며, 눈물흘리며 지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찌나 유치하고 낫뜨거운지...
그래도 그해 가을은 무척이나 행복했던거 같습니다.
멋진 남자친구와 남들이 다 외우던 바이런의 시와 기타가 있었으니까요.
그때 열심히 습작한 덕분에 지금도 글 잘쓴다는 소리를 듣고 사니
그 시간들이 아깝진 않겠죠?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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