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메디슨에서의 가을
윤은영
2007.09.29
조회 61

중학교 영어 교사입니다. 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에서의 한달이죠.

2005년 9월2일에 한달간의 일정으로 12명의 영어교사들이 미국 위스콘신 주의 메디슨에 갔습니다. 특별한 임무를 띠고 교육청에서 연수기회를 부여한 것이었습니다. 위스콘신주립대학에서 한달간 머물면서 교육을 받고, 한 주는 위스콘신 주의 중고등학교에 2명씩 파견되어 한국에 관한 문화 소개 수업을 하는 것이 저희의 주 목적이었습니다. 한국 밖은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정말 좋은 기회였고, 영어교사로서 영어권 나라에 가본다는 기쁨으로 정기적으로 모여 한국 소개 자료를 공유하고 서로 의견도 나누고 준비부터 철저하게 했던 연수이자 여행이었습니다. 사실 여행을 할 짬이 나지 않아 한국으로 오기 하루 전 당일 코스로 시카고를 잠깐 둘러본것 외에는 숙제며 한국문화 수업 준비로 더 분주한 나날이었습니다.

전 포트워싱턴의 토마스 제퍼슨 중학교에서 한국수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센트럴 미들스쿨에도 하루 방문하여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도 방문하여 잠깐의 한국 소개 수업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의 현재와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미국은 중학생들이 무척이나 타문화에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이었던 반면에 고등학생들은 거의 흥미를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어서 수업하는 내내 좀 무안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보아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줬더니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더군요. 제가 가져갔던 것은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고등학교의 홍보비디오였는데, 어학실에서 버튼을 누르면 책상위로 모니터가 올라오는 장면이었거든요. 평상시엔 책상위에 수업하다가 컴퓨터 필요하면 교사가 버튼을 눌러 아이들 앞에 모니터를 올려서 컴퓨터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었어요. 그 장면에선 누구나 다 놀라더군요. 제가 미국에서 느낀 건,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르는 미국인들이 대부분인데다가 한국의 유명한 회사를 일본회사로 알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평생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한번도 떠나지 않는 미국인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하게 가을만 되면, 위스콘신 메디슨의 꿈을 꿉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배경은 아이오와 주의 메디슨 이라고 하더라구요) 새벽에 일어나 대학 후배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혜정이와 산책을 하고 커피에 베이글을 먹던 생각이며, 음식이 맞지 않아 한국음식점을 두번 정도 갔을 때 너무나 행복 했던 기억이며, 숙제하느라 밤을 새우던 기억 등등.

정말 기억이 생생한 건, 오후 무렵 제가 가져갔던 MP3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미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듣곤 했는데, 그 때의 진행자 음성과 다양한 사람들의 전화통화 음성, 그리고 노래등입니다. 아는 노래가 거의 안 나왔는데, WESTLIFE의 MY LOVE가 흘러나왔을 때는 어찌나 반갑던지요.

쌍둥이를 남편에게 맡긴채 한국을 떠나 지낸 미국에서의 한달은 제 인생에 있어서 시야를 넓혀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한국에 돌아오면 학생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찍은 많은 사진들이 저의 소중한 재산이 되어 아이들에게 수업시간에 미국 문화에 대해 얘기할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직중이어서 그 때 찍었던 사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내년에 학교로 돌아가면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교사가 많은 경험을 할 수록 학생들에게 주는 혜택이 많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책을 열심히 읽고, 영화도 열심히 보고, 라디오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사진은 아메리칸인디언의 축제인 인디안 섬머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밀워키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축제에서 많은 인디언들과 인디언 문화를 체험하고 왔답니다.

신청곡: WESTLIFE -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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