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너무도 너무도 모자란게 많아
꿈만 꿀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인집 아줌마...
나와 동갑나기인 주인집 아들...
주인집 화장실...
볕이 가득한 마당위엔 주인집 빨랫줄이 쳐져 있고,간혹 스치듯 내려앉는 공간엔 우리집 빨래줄이 초라하게 걸려 있습니다.
보증금도 없는 4만원의 월세방과 그 방에 혹처럼 딸린 다락방에서 흥부네 식구처럼 옹기종기 살았습니다.
비좁은 방을 지나 금방이라도 우지직~ 부셔져 내릴것같아 조심조심 나무 계단을 두세개 올라가면 두 평 남짓 "다락방"의 작은 세상이 열립니다.
부엌 천정과 지붕 사이의 비밀스런 공간.
허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을만큼 낮고 눅눅한 그 곳에
여동생이 고등학교를 다니며 일을 하여 번 돈으로 자동차 정비학원을 다녔던 오빠가 15촉 고추다마를 달아주던 날!
밤에 열심히 공부하라며 기어이 여동생에게 양보하여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몇년째 결핵을 앓고 계시던 아버지의 피를 토할듯이 끊이지 않는 기침소리를 옆에서 듣지 않아도 되었고,
새벽녘까지 철야를 하시고 들어오신 어머니의 눈물어린 푸념소리를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고,
새볔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우리 열심히 공부해 이담에 꼭 성공해서 만나자는 편지를 한없이 쓸 수 있어 더 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학교방송을 들어야 했기에 첫 월급타서 샀던 핑크색 라디오가 놓여져 있고 일기장과 좋아했던 책들뒤로 작은 창문이 달려 있어 논과 밭뒤로 산이 드높은 하늘이 가끔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 주기고 했습니다.
아~~그 때부터였나 봅니다.
나의 감성을 살포시 고개들게 했던게..
신달자님의 "백치 애인"을 얼마나 읽었던지...
거의 외우는 수준까지 달했으니 4절지에 일일이 연필로 줄을 긋고 깨알같은 글씨를 써서 액자까지 만들어 댔던게...(스러져가는 가을 어느날에 연희 90.11.22.이렇게 쓰여 있네요)
지금의 유가속처럼 "밤을 잊은 그대에게(별이 빛나는 밤에였나?~)" 푹 빠져 살던 때 그야말로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던 프로 였습니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않고 들었던 어느 날
같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 미자가 생방송 전화통화에 연결이 되었습니다.그 다음날부터 미자네집 편지를 배달하는 아저씨가 너무 바빠졌습니다.전국에서 거의 100여통의 편지가 왔다는 소식에 펜팔의 대가 이몸이 가만 있을소냐?!추사 김정희 선생을 능가하는 반듯한 글씨체와 뛰어난 글솜씨 그 기교에 이 마음 뿅가버린 편지 한통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99대1의 쟁쟁한 경쟁을 뚫고 뽑힌 사람은 이천의 아무개(친구 미자가 먼저 선책하고 그 다음은 베스트 프렌드인 저..)한동안 우리집 다락방엔 그의 편지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회사 창립기념일에 즈음하여 사보에 연재된 나의 글
아~~제목이 뭐였더라~"시월에 연주될 가을 환상곡을 위하여"힘든 삶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면 이 다음에 꼭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불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생전처음 원고료5만원을 그 때 받아 보았습니다.원고지에 쓰고 지우고 며칠을 다락방에서 고군분투한 결과치고는 내인생의 자신감을 불어 넣었던 마음의 큰 선물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난과 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구가 되어 버린게 못내 서러워 이불을 뒤집어 쓰고 펑펑 울음보를 터뜨렸던 곳도,
죽을때까지 결코 잊지 못하는 문학인들의 귀감이 되는 한줄의 글귀가 내 심장을 관통했던 곳도,
힘들게 공부한다며 용기 잃지 말라는 말과 함께 철마다 예쁜 꽃편지지에 엽서에 보내준 친구들 읍내 여고에 입학해 너무도 미안해 했던 친구 은숙이,학교 아저씨 딸 선애,지금은 하늘의 별이된 근남이,인자,해경이,은옥이,원숙이,관명이란 머슴애,3학년때 부실장 우민이,명분이.....아~너무도 고마운 친구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빛바랜 편지가 늘 곁에 있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영재님...봄내 작가님!
제 꿈이 뭔지 아세요?
다락방이 달린 아파트 꼭대기층에 사는게 꿈이랍니다.
언제가 아들놈 친구네 방문했다가 다락방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놀랬어요."치~~내방은 없어"하며 가끔 남편한테 말도 안되는 심술을 부리거든요.제 꿈이 이루어지면 그 곳에 책도 즐비하게 꽂아놓고,어디서 발품팔아 삐걱거리는 앉은뱅이 책상이라도 하나 주워와 그럴싸한 서재 만들고 싶어요~그 곳에서도 멋진 목소리 들려 주실거죠?
또 아~~시내에선 들기름 구하기도 힘들다며 동네 친구분한테 소주 한병과 맞바꾼 이홉짜리 들기름병을 윗주머니에 넣고 들어오시던 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오늘은 기어코 울게 하십니다.
신청곡 다락방,나의 옛날이야기,
*가을*두 평 남짓 다락방에서 꿈을 키웠다
유연희
200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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