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앞 꽃밭에 핀 해바라기 꽃잎이 스러진 자리에 해바라기 씨앗이 까맣게 벌어질 때면 하늘이 높아지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커지는 가을이 온다.
밭에 할일이 태산 같아 어머닌 아침부터 종종 밭을 오가며 깻단을 베어 나르고, 콩을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한량인 우리 아버진 바랑 하나 짊어지고 산에 가셨다.
옆집 아저씨처럼 나무를 한 짐 해오는 것도 아니고,,
산삼이나 도라지, 버섯을 캐 오는 것도 아니기에..
아버지가 집을 나서면 어머니의 잔소리와 푸념이 왼종일 끊이질 않아 어린 나는 참 가슴이 아팠다.
산이 좋아 산에 오르신다는 아버진 산에 올라 당신의 마음을 열고 산의 정기를 들이마시며 그 넓고 높은 산을 오르내리다 배 고프면 옹달샘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닥에 떨어진 알밤을 깨어 무시며 가을을 즐기셨다.
해질 녁이면
아버지의 콧노래 소리가 먼저 담을 타고 들어왔고 곧이어 아버지의 뚜박한 발소리가 이어졌다.
아버지 손엔 빨간 열매나 썩은 나무뿌리가 들려 있었고 배낭엔 산에서 주운 산밤이 담겨 있었기에 어린 나는 아버지 가방을 받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아버지가 주운 산밤을 저녁 지은 아궁이에 구우면 탁 탁 밤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노란 속살이 밤껍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뜨거운 밤을 손으로 꺼내 후후 불어가며 까 주시던 아버지의 그 투박한 손이 그립다.
마루 한켠에서 밤새워가며 주어 온 나무뿌리를 깎고 다듬어 부엉이. 다람쥐. 뱀 모양을 만들던 어버지의 진지한 모습은 어느 조각가 못지 않았으나 아버지가 만든 작품을 사 가는 이는 없었다.
단지 당신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져 주었기에 어머니의 잔소리만 이어졌을 뿐...
시장에 나온 밤을 볼 때 마다 아버지가 그립다.
(가을) 나의 옛날 가을은 아버지 주머니 속에서 나온다^^
정숙현
200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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