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너머로 햇님이 얼굴을 가리고, 어둠이 마을로 내려앉는
그런 시간쯤이면 우리 4남매는 마당 한가득 널려 있는 빨간고추를
집안으로 들여 놓느라고 분주하다.
들에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부모님과 할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동생들을 재촉하며 한낮의 뜨거운 태양에 말린 고추를 집안으로 들여놓고, 쌀을 씻어서 뒷마당 화덕에 불을 피워서 밥을 짓고 있노라면 하루종일 논밭에서 수고하셔서 지치고 피곤하신 나의 부모님과 할머니께서 돌아오신다.
피곤에 지친 엄마는 밥을 해놓고 기다리는 맏딸이 기특하고, 고마워서 얼굴가득 웃음을 띄우시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데 그럴때마다 난 맏이로서 무언가 훌륭한 일을 한것처럼 자랑스럽기 까지 했었다. 엄마는 서둘러 밥을 차리시고,아버지께서는 소여물을 끓이시려고 사랑부엌에 불을 지피신다. 조용하던 집안은 한바탕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지는데,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낮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랴, 내일의 준비물을 얘기하고...그사이 엄마표 된장찌게가 구수하게 끓고, 소박한 밥상이 차려질쯤 사랑부엌에서 아버지께서 부르신다..네~~하고 달려가면 아버지는 소여물 끓이시면서 구운 옥수수를 싸리나무를 다듬어서 젓가락처럼 만드신후 하나씩 끼워서 우리 4남매에게 하나씩 쥐어 주신다...알맞게 구워진 그 옥수수는 정말 맛있었고, 간식이 변변치 않던 시절이라 그런지 정말 좋아했던 먹거리였다.
지금도 이때쯤 되면 꼭 먹고 싶은 그런 먹거리인데 이번가을도 그냥 넘어 가나보다..하지만 꼭 나의 아버지께서 구워 주시는 옥수수를 먹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삼십년도 더된 오래된 일이지만 지금도 그맛은 잊을수가 없다..또한 감사한것은 지금도 내가 요청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옥수수를 구워주실 아버지가 계신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창 가을걷이에 바쁘신 부모님, 두분이 계셔서 정말 행복합니다. 아버지~ 저 구운 옥수수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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