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학원 강사시절 ........
단체 수학여행이나 엠티를 제외하곤 개인적으로 멀리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는 우리 네사람(오씨, 윤씨, 이씨, 나)은 단풍과 일출을 목적으로 강릉으로 향했다.
고속터미널에서 강릉행 마지막 버스를 타야 자지않고 일출을 볼 수 있다기에......
잠을 자야 할 시간이었기에 모두들 잠에 빠졌나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좌로 우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흔들림, 그곳이 바로 대관령고개를 들어섰던 것. 서로의 얼굴을 보며 "오늘 여기서 죽는거 아냐?" 무서웠다.
어느덧 차는 강릉에 도착했고, 해돋이 시간까지 있을 곳이 없어 숙박업소를 찾아 허름한 한 여관에 여장을 풀고 서로가 감시자가 되어 잠못이루는 강릉의 밤을 보냈다.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정동진 갈려고 하는데 걸어서 얼마나 걸려요?"
그 아저씨, 걸어가면 30분, 택시타면 기본요금 나온다고 하길래 우리는 그냥 걷자 시간 여유도 있는데.....
새벽이어서일까, 왜그렇게 춥던지 10여분 걷다가 힘들어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계산했을때 아무리 늦어도 5분이면 도착해야 할 정동진은 나오지 않고 택시 기사님은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요금은 이미 만오천원을 넘어서고 충분치 못한 경비 걱정에 속은 노랗게 타 들어갔다. 일행 중 가장 성격이 급한 내가 말문을 열었다.
"기사님, 우리 정동진 가거든요? 혹시 다른곳으로 가는거 아니죠? 분명 기본요금 나온다고 했는데.."
(혹시 고기잡이 배에 팔아넘기면 어쩌지..... 겉은 당당해도 내 속이 내속이 아니었음을..)
기가막히다는 듯이 조금 더 가야된다는 기사님 말씀에 눈은 동그래지고. 택시요금 이만원을 꽉 채우고서야 정동진에 도착하여 허겁지겁 카메라 챙겨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지켜본 우리들은 와~~ 감탄사를 연발했다.
조금전 혼란스러웠던 상황도 까맣게 잊은 채......
우리는 바빴다. 이제 단풍구경할 차례...
물어물어 다시 돌아온 강릉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또 어딘가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지금도 어떻게 갔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불빛이다.
우물안의 개구리가 따로 있으랴. 헷갈리는 세상에 온 듯, 넋나간 사람들처럼. 오대산의 단풍이 어떻게 생겼는지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가을하늘 그 좋은 곳에 있었음에도 ... 이제는 집에 돌아갈 일이 까막득하여. 삼십여분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도 낭만은 없었다. 눈은 충혈되고 계속되는 하품소리들..
어서 가자. 버스를 타고 졸다보면 목적지. 또 다른 버스에서도 잠은 계속되고. 눈을 떠보니 강릉에 다시 도착, 이제됐다. 집에 갈 수 있어. 반가웠다. 버스시간 기다리는 동안에 터미널안의 의자에서도 미치도록 잠만잤다.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침을 질질 흘리면서, 잠에 한맺힌 사람들처럼. 허무했다.
지금은 2007년 가을이다.
4년전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와 인연을 맺은 후로. 그 때 우리가 얼마나 무식했던가 이제는 다 안다.
오대산은 강릉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 있었고 평창 진부라는 곳에도 서울행 고속버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여행할 당시 오대산은 설악산보다 더 먼 곳인줄 알았다. 어리석은 자들아 지도좀 보고살았어야지.
일년에 한번쯤 정기모임때가 되면 많이 놀린다. 강원도 지인들이...
"서울 가려면 강릉으로 가야 하는거 아니나?"
변진섭의 새들처럼이란 노래 때문에 더더욱 여행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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