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가을
심장 박동소리가 커지는 것은 토요일이 왔기 때문이에요.
약속도 필요없이 친구들은 항상 모이는 장소로 이동을 했어요.
신설동 가는 버스를 타고 부푼 가슴이 터질 것 같았거든요.
학원가 뒷골목에 있는 우리의 호프 오빠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들이 들어서면 DJ 오빠는 윙크를 살짝 해주곤 했지요.
머리는 길었고 목에는 항상 빨간 머플러를 했었죠. 목소리는 반 죽음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멋진 외모는 뭇 여성들의 애간장을 태웠죠.
팝송과 가요를 번갈아 가며 신청곡 위주로 선곡해주었습니다.
"(혀를 굴리며 느끼한 목소리로)오늘도 저희 음악다방을 찾아주신 언니 오빠들..........."
한마디 한마디의 말은 어쩜 온몸의 기운을 다 빼놓는지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코너! 디스코경연이 있겠습니다!"
우리들은 또 한번 쓰러지며 모두 일어나 스테이지로 향했습니다.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 담........'
모션은 크게, 최대한 발을 높이 그리고 넓게 뻗어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춤을 추었고 음악이 끝날 쯤엔 다리에 힘이 쫘악 풀려버렸죠. 키가 백칠십이었던 수진이는 2주 연속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유리창 밖에서 얘기 한 번 할 수 있을까?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겠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두 달여 됐을까? 어떤 이유로 나 혼자 그곳을 찾아갔던 날......
DJ오빠 밖으로 나오더니 2층 휴게실에 저를 불러, "그렇게도 좋니? 오빠가?"
"네......"
사람마음 참 이상하더군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있는데 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가슴만 두근두근......
얼마후면 자기는 이곳에 없을거라고 공부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십여분의 시간이 흘러 DJ오빠는 다시 박스안의 느끼한 남자가 되어있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세상이 끝난것처럼 내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졌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음악다방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시래기 국밥집이... 아쉬운 마음에 국밥 천오백원짜리 한그릇 먹고 동대문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종로5가에 들어섰을 때 해성같이 나타난 음악다방.....
혹시 그곳에 그 오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어가 봤어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예전과는...... 다시 만나면 얘기 잘 할 수 있는데..다시는 만날 수가 없겠죠?
손수 타주던 곰삭은 그 커피향이 그립습니다.
이상은의 담다디란 노래와 가을을 마셔버린 추억에 잠시 빠져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은 자정무렵.
----------------------------------------------------------------
유영재의 가요속으로, 목소리가 너무도 닮았다.
얼굴은 유영재오빠가 더 잘생긴 듯.
20년 후에는 음악다방 디제이오빠보다 유영재오빠가 더 그리워지겠다. 잊고 지냈던 옛일들이 자꾸 생각나 미치겠다.
가을이어서 더더욱 그렇다. 내 삶의 가을은 사계절중 가장 버거운 계절이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