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내가 처음 안경을 맞추던 그날.
이미화
2007.10.05
조회 32
안녕하세요? 영재님?
저는 지금으로부터 어언 20년 전의 일을 회고하며 이 글을 적어보려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인듯 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던 10월 3일 개천절날. 교회에서는 중고등부 등산이 계획되어 있었고, 학교에서는 개천절 앞 뒤로 계속해서 중간고사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시험은 잘 봐야하겠고, 그렇다고 1년에 단 한 번뿐인 등산을 안갈수도없고,... 정말 그 갈등이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실겁니다. 아침부터 책은 펴 놓았지만 생각은 온통 교회에 가 있었습니다. '아, 등산가고싶다.' 하구요. 정말 정말 고심하고, 고심하던 끝에 저는 "나 그냥 등산 다녀와야겠다" 하며 차비를 하였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있던 오빠가 너무 한심했던지
"야, 무슨 시험을 앞둔 애가 등산은 등산이야? 공부나 할것이지" 하며 저를 면박을 주는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저는 뜻을 궆히지 않았습니다. 고집센 저를 말리는데 실패한 오빠는 하는 수 없었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 오늘 안경 맞춰야 하니까 그럼 등산 갔다가 거기 객사 앞에서 몇시쯤 만나자" 하는 오빠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저는 얼른 교회로 내리 달렸습니다.
다행히 출발 시간 안에 도착을 해서 진안 마이산으로 향했습니다. 막 단풍이 들어가는 산들과 기이하게 쌓아놓은 탑들은 제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었고 교회에서 싸간 김밥은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를 만큼 맛이 있었습니다. 모처럼 맞아보는 한가함.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에 그동안의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내일이 시험이라는 생각조차 잊은 채 열심히 산을 탔습니다.
그렇게 즐겁고 뿌듯한 시간을 보내고 저는 집에 돌아오다가 오빠와 약속한 장소에서 혼자 내려서 오빠를 만났습니다.
어두운데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갑자기 나빠진 눈의 시력을 재고 한참 유행하던 잠자리테 안경을 맞추고서 오빠와 버스를 타고 마을까지 왔습니다. 그때 차에서 내려 집까지 오면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초롱 초롱 별들이 하늘에 온통 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물었습니다. "야, 시험공부도 안하고 등산 갔다 오니까 좋냐?" 하구요.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응, 좋아, 왠지 시험을 잘 볼것 같아"
그런데 정말 다음날 본 시험과목들이 모두 점수가 좋았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사실은 그 과목들은 모두 미리 공부를 다 해놓았던 과목들이랍니다. *^^*
어떠셨어요? 영재님? 저는 이 글을 쓰면서 20여 년전의 기억을 되돌려 볼 수 있어서 무지 행복했습니다. 그때 그 중고등부 학생들이 지금은 모두 애기 엄마가 되고, 또 애기 아빠가 되어 잘들 살고 있겠지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안녕히계세요.

신청곡 : 이수영- 가을이 오면, 또는 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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