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어머니가 하숙을 치셨습니다.
살던 집을 개조하여 방을 여러개를 만들었기에 우리가 놀던 마루가 없어져버렸습니다.
공기놀이 하다가
정원에서 똑똑 따낸 봉숭아로 이쁘게 꽃물들이던 댓돌도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은근히 저는 설레는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민이 오빠
그 오빠가 점점 좋아지는데..오빠랑 같이 살고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너무 좋았습니다
옆집 경숙이가 오빠를 좋아해도 되냐했지만 안된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한 이유는 오빠가 그냥 저만의 사람였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느라 그랬었지요
오빠는
꼭 저를 데리고 영화관에 가곤 했습니다 그때가 중학교 2학년였는데
호러 공포 영화를 보러 갔는데
저는 그럴 적마다 제발 이 손을 좀 잡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두근두근 상상을 했어도 오빠는 단 한번도 잡아주질 않았습니다
영화가 마치고 나면 꼭 공중전화로 어머니께 전화를 해서 지금 막 나왓으니 이제 갑니다 기다리세요 라고
정확하게 알렸고
저는 그대로 오빠와 함께 어디 머나먼 곳으로 달려가는 상상을 했지만 이내 김이 빠져버렸지요
하지만 오빠는 마지막 히든카드를 보여주듯
수은등 반짝이는 공원을 가로질러서 우리집으로 가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답니다.
저는 그 길을 될 수있으면 천천히 걸으려고 다리도 아프다 했다가
목이 마르다 했다가
오징어도 좀 먹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지요
그때만 해도 공원 근처에는 기다란 문어발인지 오징어 발인지 암튼 되게 냄새 나는 말린 생선을 파는 포장마차가 즐비했는데
오빠는
꼭 한개만 사주면서 본인은 먹질 않았답니다
저는 좀 신경질도 났엇습니다
같이 질겅질겅 씹어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째서
꼭 어린아이 다루듯
맛있니?
하면서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줄 적이면 제발 그 기다란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고 그리고 달콤한 키스를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앙큼한 상상도 했지만 오빠는
절대로
단 한번도
끝까지 그런 일을 해주지 않았답니다.
그 뒤로 오빠는 대학입시를 위하여 어수선한 우리 하숙집을 떠나 독서실로 들어갔다 했고
저는 한참동안 마음이 열별을 앓았습니다
오빠랑 같이 거닐던 공원에 가서 울기도 했지요
가을이면
생각나던 오빠
낙엽을 쥐어서 제 머리 위에 올려주면서 얼른 집에 가서 밥먹고 키커라 하던 오빠
제 순박한 첫 사랑의 사람
이제는 그냥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있었지만
가을날
지독하게 날 우울하게 만들던 그 오빠를 잊을 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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