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그날
김정원
2007.10.05
조회 34
그날,
독하게 한바탕 싸운 후
저는 무조건 집을 나왔더랬습니다.
극도로 초라해져버린 나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고
깊은 가을이어서 그랬을까 그저 일상의 부부싸움이라 하기엔 너무 많이 서러웠습니다.
바다를 보리라..
기필코 날 기다리고 있을 바다에 가서 안기리라..
잔뜩 구겨진 채 오기로 일탈을 도모하며
전후좌우 살펴볼 것도 없이 그저 앞으로만 내달렸습니다.
미사리를 지나 팔당쯤 이었을까요..
한동안 말을 걸고 있었을 음악이 그제서야 내 귀에 들어왔어요.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때문이라구...
그 전까지만 해도 귀와 머리로만 건조하게 들었던 노래..
라디오에서는 바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흐르고 있었어요.
왜..귀에 사탕을 바르는 것처럼 달콤한 음악이 있는가하면
뼈속 힘줄 한올한올 깊이 영양주사를 맞는 듯한 노래가 있잖아요.
그날 이 노래는 제게 한 방울 영양주사가 되어주며 내맘속에 작정하고 들어와서 내 삶의 마디마디 마다 한 웅큼씩 매달려 있던 물음표들을 단번에 날려주었답니다.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삶의 허무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분투..
그리고 극복..
치열하면서도 나즈막한 목소리..
랩이 아닌 나레이션이 더욱 마음속에 긴 파장이 되어 주었던 노래..
그해,
그 지독했던 가을..
요동치던 그 마음이 이 노래덕에 초연해질 수 있었지요..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결국 마음을 추스리고 유턴하여 돌아오는 귀로에서
그토록 눈에 밟혔던 내 어렸던 딸들이
이제는 벌써 20살, 18살이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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