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황덕혜
2007.10.25
조회 31
그는 지독한 스토커였다
집요하고 끈적끈적 하게...여름날 신발 밑에 붙은 껌처럼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친구와 들른 찻집에서, 서점에서, 레코드 가게에서... 참 자주 마주쳤다

강의 비는 시간, 내가 잘가는 곳엔 으례히 그가 그곳에 존재했다
그리고 그의 입대...첫 휴가 나와서 또 길에서 마주쳤다
까페에 들어가 밥먹고 차 마셨다
그가 화장실 간 사이, 일등병 모자 밑에 그가 계산 하고 나오도록 현금을 놓아두고 미리 바깥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가벼운 목례와 악수..

그후 30년 만에 친구가 명함 한장을 들고 찾아왔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의 이름..
이사간 아파트 옆집에 살고 있더란다
내소식 못들은지가 십여년도 더 됐다고 딱 잡아 뗐단다

imf때 명퇴, 부인의 가출, 가정의 붕괴..남매 데리고 갖은고생, 중소 기업에 임원으로 화려하게 복직..
친구 얘길 들으며 그냥 머리속이 마알갛게 비워지는 느낌..
다른 어떤 감정도 개입되질 않았다

"한번 만나봐. 우리 이 나이에 어떠냐? 그냥 담담하게 밥한끼 한다고 큰 죄 되겠냐? 가시나, 너 엄청 쌀쌀 맞았잖아"
친구는 그말을 남기고 떠났다

명함의 앞면은 보지도 않았다
그날밤. 명함을 곱게 태워 버렸다

이제와서 몇번의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젊은날의 추억은 추억일 따름이다

그의 마음에 위로가 되려나?
노래 한곡 신청해 봅니다

백 미 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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