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장에서의 하룻밤
김미숙
2007.10.29
조회 580

매년 가을이면 약속이나 한 듯, 정기모임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인연을 맺은 평창을 주축으로 한 이웃같은 사람들의 모임이죠.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서울. 강원도는 두말하면 잔소리구요. 연령대는 이십에서 육십대까지... 오지랖도 넓죠? 오대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청정지역 평창에 가면 엄마품과처럼 따스합니다. 왜 나는 이런곳에서 태어나지 못했나. 참 원망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월정사를 지나 약 8킬로쯤 올라가면 오대산장이라는 쉼터가 있습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라버니, 언니, 동상으로 이어지는 정겨운 이야기들은 서울에서만 살아온 저로서는 또 다른 삶의 작은 술렁임이 있지요. 전나무 숲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민 달빛은 사랑입니다. 모닥불 아래 익어가는 감자와 옥수수 구워지는 냄새가 코끝을 휘어감고 곤드레밥과 오대산장의 특별메뉴인 오대산장국은 환상이었습니다. 추억의 도시락인 벤또, 처음 느껴본 그 맛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지요. 하고 싶은말,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는 지칠줄을 모릅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처럼 말이죠.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하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아 늦은밤 보지 못했던 불타는 단풍은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안개낀 숲길을 걸어가면서 어느 가을보다 지독했던 그리움의 병이 사라질 듯 했습니다. 오대산된장으로 끓였다는 그 장국을 아침 해장으로 또 한그릇 후루룩 해치우고 오대산된장을 단체로 구입하는 정도 잊지 않았습니다. 산속에서 살고 싶고 산사람이 되고 싶다는 산장지기의 넉넉한 인심에 삶의 체취가 느껴졌습니다. 오는 내내 붉은 단풍은 가지말라 손짓을 하는데 내년을 기약하며 떠나오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속사리 계방산근처도 가보고 방아다리약수터가서 새콤한 약수도 한모금 마시고, 초가을 메밀꽃을 보지 못한 한을 풀기라도 한듯 봉평메밀꽃이 있던 자리를 머뭇거리기도 했습니다. 모임의 주제는 정해진것이 없지만 이번에는 유독 흰머리와 소갈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귓가에 윙윙거림이 있는 것 보면 주제는 분명 머리카락입니다. ..... "니는 나이가 삼십대인데 너무 건방진거 아니나. 머리에 눈이 마이 내렸네~" "형님은 모내기좀 해야겠습니다" ..... ㅋㅋ 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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