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영남알프스....
고사리
2007.11.01
조회 23
풋풋함이 넘쳐나 오동통통 젖살이 터질 듯한 24살에
직장동료랑 단 둘이서 야간산행을 감행했었어요.
참 용감했지요. 무계획이 무식을 동반했었으니...
"고사리분교 근처에서 민박하자."
동료의 제안에 말로만 듣던 예쁜이름 고사리분교를
찾아가기 위하여
밀양 표충사를 지나는데
밤이 으슥해지는거에요.
베낭안에는 약간의 옷만 구비되어 있을 뿐.
손전등이 있나요? 침낭이 하나 있나요?
'야간산행!!' 그 낭만에 젖어 앞사람들을 따라따라 돌길, 산길을 올라갔었어요.
한참을 올라가려는데 어째 운좋게 구원자를 만났어요.
서울에서 내려와 혼자서 야간산행길에 올랐다는데
다 큰 아가씨들의 무모한 준비안된 야간산행이 내심 걱정된 듯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자연스레 우리들의 보디가드가 되어버렸어요.
"방은 예약했나요?"
"아뇨. 올라가면 있겠지요."
참 대책없어 보였나봐요.
"그럼. 우리 좁지만 텐트안에서 같이 자요."
"(도둑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안되어) 생각좀 해 보고요"
밤이니 산길이 험한지도 알 수 없고 무작정 서울총각의 뒷꽁무만 졸졸 따라오르다보니 목적지 고사리분교에 도착한겁니다.
염소음식집 간판이 듬성듬성 보이고, 민박한다는 허름한 시골집에 도착했어요. 장작불지핀 방이니 자글자글 어찌나 따끈따끈하던지요.
"11월 이 추위에 어데 한데(바깥)에서 잘랑교? 내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을테니 내 옆에 조신하게 누워자요"
선배동료의 간 큰 소리에 정말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시골집 사랑방에 골아 떨어져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서울총각이 준비해온 쌀과 반찬으로 황홀한 아침밥을 먹으면서 통성명을 하니 세상에 23살 연하남? 선배랑 깜빡깜빡
눈맞춤 나눴던거지예.
산이 주는 평온함에 순수했나봐요.
1,209m 신불산 억새평원에서 맞이한 아침햇살을 황홀스레이 눈이 부셨어요.
자그마한 학교, 고사리분교의 팻말은 참말 정스러웠어요.
내 키가 억새평원 속에 묻혀버려 온 세상이 오로지 억새군락으로만 보이는 영남알프스내 사자평.
가도가도 한없이 펼쳐진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의 기억을 더듬어
이 가을날 가족들이랑 꼭 다시 꼭 찾아보고 싶은 여행지랍니다.

신청곡: 가을사랑...신계행, 가을우체국앞에서...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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