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은 아무나 하나
김미숙
2007.11.01
조회 40
미사리카페를 지나가면서 초봄에 갔던 기억도 아슴히 스쳐 지나 가네요.
양수리에 있는 팥칼국수를 먹자 정해놓고 음악 들으면서 가는 길이
약간의 서글픔도 있었나이다.

팥이라면 울다가도 울음을 그쳤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왜그렇게 팥을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역시나 참 맛있는 팥칼국수 쪼르륵 삼키고 다시 강옆으로 달려가다
잠깐 쉬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강물에 있는걸 보고 시 한편 지어봤네요.

'석양빛 강물위에 얼굴을 묻고 누가 볼새라
자꾸만 나뭇가지 사이로 숨는다'

이걸 읊으니 낭만없는 친구가 하는 말,
"생 쑈를 해라"

쉼터에 있는 길거리표 다방 커피를 한잔 원샷! 구호 외치며 마시고
어설픈 초보 운전자, 제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바다라고 생각하고 실컷 봐라 하면서...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것을 감상하는 것도 잠깐, 정신없더이다.
양수리 돌아 다시 청평쪽으로 돌아오는데 차들이 엄청 쌩쌩 달립니다.
국도 육십킬로면 천천히 간 것도 아닌데요.
횡단보도 앞 신호등도 거의 무시를 하는데 정말 겁이 났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환한 불빛들이 뒤에서 반짝반짝 하길래 이 밤중에
무슨 차들이 이렇게 많은거야 생각하다가...
아, 내가 소대장을 하고 있구나... ㅋㅋ
좀 미안하길래 여유있는 길이 나타났을 때 비켜줬습니다.
일곱대는 족히 되는 듯 하더라구요.

가을을 보낼 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럴 여유가 있었겠습니까?
친구는 옆에서 아무말없다가 '서글프다 참 많이' 하면서 시무룩해있고
전 그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생각밖에요.
어째 자기가 더 느끼요.

가는 길에 잠깐 멈춰 노란 은행잎을 주운게 아니라 땄습니다.
학창시절 많이도 모아서 책갈피에 넣어뒀던 것도 생각나고 해서.
양 옆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은 봄에 찬란했던 벚꽃나무였을테죠?

올림픽대로에도 흩날리는 낙엽들이 개락이었고 얼마후면 앙상한 가지로
추운 겨울을 나야 할 날도 머지 않았구나 생각했어요.

오늘은 희비가 엇갈리는 날인가봐요.
축하할 일이 생겼네요. 생에 처음으로 검문을 당했습니다.
헉, 음주검문..... 항상 부러웠었는데..
팥의 힘으로 아주 세게 불었어요. 그 감동을 어찌 잊으리오.
그래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살금살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엄마가 안 주무시고 거실에 계시네요.
열두시가 넘었는데...

"아이고, 우리집 하숙생양반 이제 들어오십니까? 참 잘하고 다닌다"

혼나도 좋았어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음주측정에 당당히 응하고 왔는데.
그리고 오늘 소대장도 하고 왔잖아요. 대장은 아무나 하는것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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