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자꾸만 꺼내라고 하시니..
김미숙
2007.11.02
조회 68


고등학교 때 네살 많았던 동네 오빠가 군대에 갔는데 일주일에 서너통의 편지를 보내왔어요.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답장이 안오는 겁니다. 그래도 힘든 군 생활에 제 편지가 힘이 된다는 오빠를 위해서 계속 보냈는데...
아빠가 저를 부르시더니 라면박스 가득한 개봉도 안한 편지를 보여주시며 무슨 연애질이냐면서 마당에 가지고 가 불로 태웠습니다. 사랑이란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한 소녀의 가슴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아빠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아빠의 깊은 뜻은 안중에도 없고 학교 주소로 편지를 썼습니다.
학생주임 선생님께서 저를 불러 제가 보는 앞에서 편지를 뜯어보시더니 야단은 치지않고 앞으로는 이런 편지 주고받지 말라시네요.
많이 서러웠습니다. 왜? 안되는거지? 빨리 어른이 되어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그 때 테이프가 늘어질정도로 많이 들었던 노래가 산울림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입니다.
왜그리도 서럽던지...

계절이 바뀔 즈음엔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고, 텅빈 마음 가눌길 없어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언니들 덕분에 LP, 테이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어요.
어디로든 가야할 것 같아 그때그때 듣고싶은 테잎을 골라 라디오 둘러매고 무작정 집을 나섭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가까운 공주능(지금의 드림랜드)에서 중학교 부터는 우이동 산자락에 자리를 폈습니다.
기분이 그런날은 친구와 함께 하지 않아요. 늘 혼자였습니다.

또 하나,

낙엽이 우수수 질 때 언제가 될지 모를 첫눈 오는 날에 듣고 싶은 노래가 있어요.
제인이란 가수의 초설 입니다. 4년전 우연히 인터넷으로 들었는데 몸서리칠 정도의 느낌을 받은 노래예요. 가을을 보내면서 듣고 싶고 더욱이 유영재의 가요쏙으로에서 들을 수 있다면 너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명곡이라 사료됩니다.
일년중 11월에 간절하게 듣고 싶습니다.
벙어리바이올린, 귀거래사, 님의 향기, 혼자가 아닌 나..... 이런 명곡 만큼 사랑받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초설 (初雪) - 제인

너무 마른 내모습 부담이 되진 않을까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오면 어쩌나
너의 기억 때문에 한 시도 쉴 수 없었던
내 마음 알아줄까
우리 이별하는 날 넌 내손 잡아 주면서
조심스레 꺼낸 말 끝내 잊지 못하면 첫눈 내리는 밤에
여기서 함께 하자던 약속 기억하니

늦었지만 천천히 와 널 기다리는 동안
어떤 얘길 먼저 건네야 할지 나 준비하고 있을게
벌써 몇 시간 째 저 눈 앞에서 혹시 서성이며 떨고 있는지
괜찮아 난 네가 잊었대도 영원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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