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향을 찾아서
이명숙
2007.11.03
조회 50

어떤 장소에 대한 추억 하나쯤 있지요.
누구와 함께 했든 말예요.
그 사람이 사랑했던 사람이건,
오랜 친구였건, 가족이었든, 그냥 이라는 말 대신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
어깨를 한 번 부딪쳐도 억겁의 인연을 말하는
불가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시간흐름으로 인해 무엇이든 ‘추억’으로 남죠.

전 요즘 봄도 아니건만 지독한 향수병을 앓고 있어요.
가을이어서 굳이 이 가을에 떠나야 한다면
그곳이 그토록 자주 눈에 넣고프던 바다도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했던 비밀스런 추억의 장소도 아니고,
사진 속 선명한 기억의 장소도 아니에요.

선한 눈빛들,
담 아래로 올망졸망 봉선화 꽃 피면
그 아래로 아침마다 수줍은 인사 건네던 채송화 꽃 곁으로
할머니 엄마 품처럼 둥글고 따스하던 장독들이 있고,
우물 깊어 두레박을 내리면 첨벙,
가슴에 파란이 일던 마당..
그 한 가운데로 가로질러 뛰어놀던 병아리 떼들.
여름 날 한때 소나기 와와, 지나가고
가을이면 바지랑대 위로 고추잠자리 맴돌고
텃밭마다 탱글탱글 고추가 익어가던....
눈만 뜨면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 저절로 들리던 고향..
거기, 나고 자란 17년 간 나를 키워 준 고향집,
그 품을 찾아 하루쯤 온전히 나를 버리고
어린 시절의 나를 찾아 가고 싶어요.

수채화처럼, 혹은 무지개처럼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곳,
이제 흔적조차 없고 주름진 표정으로 세월의 흐름만
말해줄 테지만 그래도 이 가을, 더 깊어지기 전에..
아니, 겨울이 오기 전에 다녀오고 싶어요.
갈 땐 라졸 캄자도프의 ‘사랑의 노래’를 부른 최성수님의 ‘동행2’와
이태원님의 ‘그대’를 꼭 가지고 갈 거예요.

최성수 / 동행2
이태원 /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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