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낙엽에 부치는 답장
송영모
2007.11.09
조회 62



공교롭게도,
내가 서울로 일을 떠나기 얼마전 나는 이름 석자만 간신히 아는
어느 사람에게 시디를 선물받기로 하였다
어디에 사는 사람인지도 나이도 모른체 [미지의]소녀 내지는 유부녀
라는 생각이 반반 이었으므로 성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없는 거였다
모 방송에서 간간히 이름 석자만 알아온 터였다
곧 종방이 되니 방송 녹음한 것을 주십사 적선의 글을 올리니 선뜻
주겠다고 한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택도 없는 글 나부랑이를 조금 끄적였던 관계로 [그녀]는
나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에 대하여 아는게 전혀
없었다

그녀가 알려준 곳을 네이비에 입력을 시켰고 궁금증을 한껏 물었고
악셀을 밟았다
그녀와 또다른 애청자 나 이 세명은 간단히 점심을 먹었고
찻집에들러 차를 마셨다
우리는 방송의 페이지에서 만났으니 단연 방송 이야기가 화제였다
그녀가 즐겨듣는 방송은 cbs FM
cbs, 우리를 있게 해준 K모 방송도 아닌 곳에서 우리는 스쳤었다
그때는 약 4년전
그곳은 이곳 cbs에서 나와 친하게 지내던 몇 몇 사람들이 있던 곳
그곳에서 모임도 가졌다고 하니 내가 만난 사람과 중복이 되었다
누구...누구를 모두 만났다고 했다
남*진씨등.......뜨악~~!

다행이 그녀는 나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거짐 인터넷 폐인을 자처했으나 그녀는 그저 방송만 듣는 케이스라고 헸다
혹시 나를 이전부터 알고 점 찍어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절대 그것은 아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게 우리가 보통 인연은 아니라는 것을 서로에게 각인을 시키는
자리가 되었다
그녀를 만나고 온 날
내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저 달좀 보래요.....'
깍은 손톱모냥 날카로운 달이 이쁘다며...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직감이 훑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인가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친구가 펑크를 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청량리역 환승구역 터파기를 주야로 했던 때 나는 야간조였다
오후 두 세시 경에는 일어난다니 너무 잠이 많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12시 전에도 일어나눈데' 하며 약속을 정했다 앗싸!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인사동 귀천에도 들렀다

나는 그곳에서 용기를 냈다
서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이것 저것 재지말고 밀고 나가자
기다렸다는듯이 만사오케이 싸인이 떨어진다

오늘까지 짧은 기간이었음에 내 선산인 영동에 가서 조상님께
인사도 했고....등등등
나는 보통 내 일거수 일투족 생활글을 쓰기 때문에 내 가정사는
왠만큼 아는 그녀였다 그래서 더욱 순조로웠는지 모른다

내가 이곳에서 받은 클린머시기 4종세트를 그녀도 이곳에서
받은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가 일하는 곳을 가 보니 cbs를 하루종일 틀어 놓고 일을 했다
그간의 내력은 알고 있었지만 나를 몰랐다고 하니 좀 의아스러운 면도 없지않다 또 그러면 어쩌란 말이냐 서로 좋으면 그만인 것을..

오늘부터 며칠간 일이 되지 않는다
그녀를 만나고 대전으로 내려오는데 편지를 건넨다

영모씨에게

...중략
고맙고 기쁘고 당신이 이쁩니다

....

지금 좀 힘들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잘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 옵니다

...중략

글씨가 참 예쁘다 글씨 보다야 마음이 더 이쁘다면 벌써부터
팔불출을 자처하니 참 볼썽사나운 일이지만 아놔!
내 처지가 처지인 만큼 나는 그쪽 식구들께 언제나 죄인이다
내 잇속만 차리며 은경이까지 짐으로 안겨주기가 참 미안하고
죄스럽다 하지만 어쩌랴 좋다는 것을
내 싸부님(이외수)께 맹세한 일이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오직 변수는 여자입니다
여자가 생기면 도저히 술 끊을 자신이 없어서 혼자 살겁니다
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그 맹서를 깨고 눈깔이 확 디집힌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동안 내가 너무 외로웠단 말인가
알콜중독에서 인터넷폐인으로의 전환을 정당화 시키며 그동안 떨었던
주접을 어찌 설명을 할까
모두 이해 하신다고, 천만의 말씀, 내 이렇게 두려운데
그래 내가 말했듯이 인생의 동반자가 아닌 그냥 친구사이 그렇게
정겹게 손잡고 가면 되지 머!

가을이면 항상 심난했었는데 요즘은 가을이 뭔지도 모르게 지난다
나에게 오지 않을 따뜻한 겨울이 남았고 꽃피는 봄이 남았고
뜨겁게 사랑할 여름이 남았다
그 계절만 그대를 그리워하다 한 장 낙엽에 점 하나 찍고
겨울 속으로 사라지는 나는 겨울 나그네


엽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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