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김미숙
2007.11.10
조회 55
어제 황당하고 가슴철컥한 일이 터졌습니다.
어떤 고객분이 막 뛰어들어오면서

"저기 라디오 팔십...몇번 좀 틀어줘요"

인사할 겨를도 없이 깜짝 놀라서,

"왜요? 무슨 일났어요?"

그분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왔는데 지금 한창 재밌는 얘기 나누고
있다고 하면서 어서 채널을 돌려달라네요.
하늘 무너지는 소리 아닙니까? 25분 있으면 4시가 되는데...
세시반정도 되면 미리 라디오를 작게 켜놓습니다.
4시에 맞추다보면 지각할 수도 있겠다싶어서요.

"이 라디오는 93.9밖에 안나와요"

세상이 어떤세상인데 하나밖에 안나오냐면서 라디오 옆으로 가더니만
여기저기 만지더라구요.
지지지지직~~~~ 삐~~~~

속으로 빌었습니다. 제발 다른 사이클 걸리지마라. 맞춰지면 안된다.
이럴때 하나님을 찾나봐요. 기도도 안하는것이.
사실 그 라디오 사이클 맞추기 디게 힘들어요. 처음 하는 분은.
5분을 하더니만,
"지금 내가 이 라디오 쳐부술것 같거든?" 성질 대단했어요.

"제가 안나온다고했잖아요. 라디오수명다할때까지 거기만 들어야해요"

포기를 했는지,
"그럼 아까 나오던 곳이라도 맞춰놔야겠네"

제가 그러라고 하겠습니까? 안되지요. 그러다가 원하던 주파수 걸리면
난 어쩌라고... 빨리가서 씨디 음악을 플레이해놓고 고객분의 관심을
이리저리 돌려놓은 다음 볼륨작게 해놓고 주파수 맞추느라 땀 삐질삐질
흘렸습니다. 진짜 맞추기 힘들어요. 겨우겨우 맞춰놓고 볼륨켜놓고 하니
4시가 거의 다 되었네요.

천우신조여!

"어?? 음악이 좋네요. 우리 학교다닐 때 불렀던 노래들..."
얼굴표정이 소녀로 돌아가더라구요.
송골매의 어쩌다마주친그대가 나오니 몸을 흔들면서 춤까지 출 기세였습니다.

"노래들이 다 명곡들이네요. 사이클 안돌리길 잘했네..."

그래요. 저는 이 말이 나올때까지를 기다린 겁니다.
느끼기 전에 제가 뭐라고 떠들어대도 이해할 수 없을테니까요.
스쳐지나가는 소리를 언뜻 들었는지

"재홍 누구라고 했죠?" 묻길래, "유영재예요"
"유영재....4시부터한다고 했죠? 사이클 다시 한번만?"
93.9라고 얘기해드리고 홈페이지 CBS 들어가면 컴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얘기하고 레인보우도 알려드렸습니다.
팰때는 한놈만 패라는 말이 있듯이 유영재를 듣다보면 이어지는
추억의 팝송도... 또 자동적으로 아침부터 93.9를 듣게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생각됩니다.

영화, 음악, 오페라, 책.........
인성, 감성, 신뢰도, 리더십, 여장부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 항상 꿈꿔왔던 미래의 저의 모습이
그 분에게 다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라디오 채널 돌리자고 한 분은 없었어요.
그래, 얼마나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이제 그 고객님은 93.9 방송을 들으면서 저란 사람 생각한번 할런지.
동기는 미안하지만 결과로 용서되겠죠?

어제 퇴근하기 전, 라디오 단추위에 까만 테이프를 붙여놨어요.

돌발상황..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벌렁합니다.
강적을 만났어요. 아주 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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