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어봐.. 일등좀 찍고.
김미숙
2007.11.20
조회 97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철새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사랑받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철새바이러스로 인하여 미운오리새끼가 되어버렸습니다. 삶에 있어 무대의 주인공에서 가끔은 객석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몇년전 꿈에도 그리던 순천 벌교 땅을 밟았습니다. 태백산맥 소설의 배경이 되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인물들을 그려놓곤 하잖아요. 누구네집 마당에는 어떤 꽃과 나무가 있으며 꼬불꼬불 논두렁길을 걸어보는 상상도 해보구요. 책속 인물들의 옷을 만들어 입혀보기도 하죠. 염상진의 얼굴, 염상구의 얼굴, 김범우, 소화, 외서댁, 호산댁, 하대치.. 무수히 많은 인물중 죽도록 패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던 염상구는 우유부단하지 않은 성격이 좋았고 옳든 옳지않든 해야할 일에는 머뭇거림이 없는 인물이었죠. 연구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머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 하대치... 왜소하지만 참으로 매력만점일 것 같은 외서댁을 많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순천 벌교에 도착하면 외서댁 살던 동네에 먼저 가보자라던 예정과는 달리 시간이 촉박하여 결국 스쳐지나가는 정도로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철새도래지라는 곳에 가서 오리종류의 새도 보았고 갯벌이 많았다는 기억도 아슴푸레 합니다. 그 갯벌에 여름에는 장뚱어라는 물고기가 아주 많다는... 벌교에 가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꼬막이죠. 우리가 지금까지 반찬으로 먹었던 그 꼬막맛이 아닙니다. 벌교에 가지 않았으면 살아있는동안 그 맛을 어찌 알겠습니까? 누추한 식당 아주머니 꼬막 삶는 법에서 까는 법을 아주 자세히 알려주시더이다. 일단 물을 끓인다음 찬물을 조금 넣습니다. 그런 다음 꼬막을 넣고 몇분있으면 되는데 꼬막이 벌어지면 안됩니다. 까먹는 방법도 손으로 살짝 비틀면 아주 쉽게 되지만 일반 사람들은 좀 힘듭니다. 쫘~악 벌어진 꼬막은 통통하고 약간 덜 익었으며 핏물같은 물이 고여있는데 먹어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초겨울 이 때가 바로 꼬막 제철이 아니더이까? 꼬막뿐인가요? 굴은 또 어떻구요. 싱싱한 놈들이 덩치도 커서 몇개만 먹어도 포만감을 줬습니다. 벌교에 가면 반드시 꼬막을 먹고 오리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게 하죠. 작가양반이..... 사람을 미치도록 그립게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더군요. 오늘 저녁 첫눈이 내리니 요맘때 생에 최고의 여행이었던 그날들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조금전 첫눈도 즐겼습니다. 작년보다는 빨리 끝나버렸지만 함박눈이었기에 좋았습니다. 다시 순천에 갈 때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곳저곳 피부로 느끼고 올려구요. 너무 아쉬워서... 섬집 아기 - 박인희 길잃은 철새 - 최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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